대북특사 파견으로 남북정상회담 앞당기고 북미관계 조율
남북·한미정상회담 후 10월 이후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
'유엔총회 기간 종전선언' 시나리오에 靑은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는 9월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유엔총회 등이 몰려 있는 '운명의 9월'이 문 대통령 중재 행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운명을 판가름할 중요한 전기인 문 대통령의 '9월 중재외교'는 대북특사의 방북을 시작으로 숨 가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대북특사 파견의 일차적 목표는 좀처럼 매듭짓지 못하는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는 것이지만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한 특사를 직접 맞았을 때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특사는 미국과 적극적인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는 뜻을 전달할 확률이 높다.
당장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현 상황에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는다면 남북 정상이 만난다 한들 사실상 '빈손 회담'이 될 수 있어서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뒤로 하고 경제 총력 노선을 선택한 북한이 9·9절에 앞서 대중에게 노선 변경의 당위성을 증명할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만큼 특사는 김 위원장에게도 미국과의 견해차를 좁혀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특사단의 방북을 통해 남북의 생각이 맞아떨어진다면 취소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특사단의 방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북한과 미국 간 상당한 수준의 타협을 견인할 수 있다면 9월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간 의지에 따라 북한이 폐기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 시설의 신고·검증을 약속하고 반대급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보장하는 형태의 일정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9월 중순께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재차 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좀 더 구체화한 비핵화 로드맵과 종전선언 계획을 놓고 논의를 진전시킬 확률이 높다.
4·27 판문점선언 당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 간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남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어떻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엔총회 기간인 이달 27일 문 대통령의 연설이, 이틀 뒤인 29일 북한 장관급 인사의 연설이 잡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따른 북미 간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북한의 장관급 인사가 아닌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총회 방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큰 원칙에 합의하고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북미 간 의견 차이가 작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논의에 그만큼 속도가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청와대 역시 '유엔총회 기간 종전선언'이라는 방안을 두고 순서대로 일을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섣부른 낙관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것(유엔총회 기간 종전선언)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시기)에 맞춰서 일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뀌는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잘 이뤄지게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정확한 북한의 입장을 토대로 하순에 뉴욕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미 간 견해차를 조율하는 방안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종전선언은 자연스럽게 10월 이후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유엔총회 종전선언'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의미 있는 소득이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북 관리 모드'에 들어갈 확률이 높고 이 경우 백악관 역시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운명의 9월'을 맞는 문 대통령의 중재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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