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고 필요 땐 참모 통할 것"…"결국 통수권자 의지 문제"
현역 대령급 '국방부 지원부대' 설치에 국방부 감시기능 부활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해체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가 1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군 정보부대 수장의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지 주목된다.
이전 정부 시절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은 군 정보부대 정치개입의 빌미가 됐다.
이 때문에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기무개혁위)는 지난달 2일 기무사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독대 관행의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기무개혁위 관계자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기무사령관의 관행적인 대통령 독대는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며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대통령의) 참모를 통해 보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출범한 국방부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기무개혁위의 대통령 독대 관행 폐지 권고를 받고, 차제에 규정화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그러나 대통령 보고 관련 사항을 국방부 안보지원사 훈령 등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창설준비단의 한 관계자는 2일 "시행령과 훈령 등으로 규정화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청와대) 안보실 등을 통하는 것으로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 내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무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군 정보부대 수장의 대통령 독대는 적어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독대 보고 폐지를 규정화하지 않아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 군 정보부대 수장의 독대 보고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안보지원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더라도 그 이후 정부에서는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정보부대가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관행 역시 폐지 여부가 주목됐다. 이 또한 기무사 정치개입의 빌미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남영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국방장관의 부하이고 보안·방첩 관련해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며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필요하면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보실에 보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 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국방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안을 청와대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청와대 안보실이나 민정수석실이 특정 사안에 대한 별도 보고를 요구하면 안보지원사령관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군 관계자는 "안보지원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나 안보지원사의 청와대 직접 보고 문제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 영역"이라며 "국방부 직할부대인 안보지원사가 국방장관의 지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령인 안보지원사령에 '국방부 지원부대'를 둔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을 놓고 군 정보부대의 국방부 감시기능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전 기무사령에는 국방부에 기무부대를 둔다는 조항이 없었지만, 기무사는 국방부에 '100기무'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국방부는 작년 9월 국방개혁의 하나로 100기무와 합동참모본부의 기무부대인 '200기무'를 통합한다는 밝혔지만, 이후로도 100기무는 200기무의 예하 부대로 활동해왔다.
새로 설치된 안보지원사의 국방부 지원부대는 합참 지원부대(200기무)의 예하 부대가 아니다. 기존 100기무보다 위상이 강화된 셈이다. 부대 지휘관은 현역 대령이 맡고, 조직 규모는 20~3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안보지원사는 국방부 지원부대는 보안 및 방첩 분야에서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지만, 과거 기무사처럼 국방부 동향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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