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미안합니다"…팽목항 분향소 찾은 마지막 추모객

입력 2018-09-03 16:24   수정 2018-09-04 16:25

"늦어서 미안합니다"…팽목항 분향소 찾은 마지막 추모객
세월호 유가족, 사진·유품 정리…팽목항 분향소 '기억의 뒤안길로'



(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바쁜 일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찾아왔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3일 경남 하동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탁상근(55) 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모습을 간직한 사진 앞에 서서 한참 만에 이렇게 말했다.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탁씨를 비롯해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객 발길이 드물지만, 꾸준히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참사 초기 수습 거점이었던 팽목항에 자리한 합동분향소가 이날 마지막 추모객을 맞이하고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미뤘던 걸음을 옮겼다.
'별이 되어 빛나라', '항상 잊지 않을게', '편히 쉬렴'
추모객들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방명록에 남기고 빛바랜 노란 리본을 어루만지며 팽목항 분향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선체인양과 해저수색이 끝나면 팽목항 분향소를 정리하겠다는 약속을 이날 지킨다.
오후 6시부터 간소한 행사를 열어 희생자 사진과 유품을 분향소 제단에서 하나씩 내린다.
사진과 유품은 안산의 4·16 기억저장소로 옮기고, 분향소 내외부 추모조형물은 2021년 팽목항 인근에 문을 여는 국민해양안전체험관에 보존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두 동을 이어붙인 분향소 건물은 이달 말까지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상징물을 남길 예정이다.
유가족은 팽목항 분향소 정리에 앞서 선체인양 과정을 지켜봤던 동거차도 초소도 지난 주말 철거했다.
팽목항에 자리한 합동분향소는 진도군과 시민 도움으로 2015년 1월 14일 문을 열었다.
기다림의 등대가 서 있는 팽목항 방파제와 함께 오랜 시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보듬고 추모객을 맞이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팽목항 일원에서 진행 중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와 국민해양안전체험관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분향소를 정리하겠다고 진도군민과 약속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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