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사진·추모물품 정리…참사 4년 5개월 만에 문 닫은 분향소
(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세월호 참사 수습 거점이었던 전남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가 희생자, 유가족, 추모객과 고별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 5개월, 팽목항에 분향소를 세운 지 3년 8개월 만이다.
4·16 세월호가족협의회는 3일 진도군과 함께 팽목항 분향소를 정리했다.
유가족 30여명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팽목항 분향소에서 마지막 헌화와 분향, 묵념을 한 후 희생자의 사진을 하나씩 내렸다.
일부 유가족이 먼저 챙겨간 사진을 제외하고, 참사 당시 학급 순서대로 단원고 학생 희생자 사진을 분향소 밖으로 옮겼다.
상자에 담긴 희생자 사진은 가족이 각자 집으로 가져가거나 안산에 자리한 4·16 기억저장소에서 보존한다. 일반인 희생자 사진은 진도군이 대신 정리하기로 했다.
분향소를 정리하는 유가족의 표정은 착잡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말없이 손으로 훔쳐내고, 멍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며 비어가는 분향소를 바라봤다.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미뤘던 걸음을 옮긴 추모객의 방문도 종일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방명록에 남기고 빛바랜 노란 리본을 어루만지며 팽목항 분향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분향소 내부와 주변을 채운 추모 물품과 조형물은 기억저장소로 옮기거나 팽목항 주변에 2021년 문을 여는 국민해양안전체험관에 보존할 계획이다.
유가족은 팽목항 분향소 정리에 앞서 선체인양 과정을 지켜봤던 동거차도 초소도 지난 주말 철거했다.
팽목항에 자리한 합동분향소는 진도군과 시민 도움으로 2015년 1월 14일 문을 열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팽목항 일원에서 진행 중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와 국민해양안전체험관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분향소를 정리하겠다고 진도군민과 약속했고 이날 지켰다.
팽목항 분향소는 기다림의 등대가 서 있는 팽목항 방파제와 함께 오랜 시간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고 추모객을 맞이했다.
희생자 사진을 정리하고 분향소 문을 닫은 유가족은 빈 건물을 이달 말까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상징물을 남기는 방안을 진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분향소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일부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는 희생자 사진을 남겨두거나 팽목항 일원에서 손팻말을 들고 자신들의 뜻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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