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반대' 극우 소용돌이 시발점, 왜 옛 동독의 작센주일까

입력 2018-09-03 23:08  

'난민 반대' 극우 소용돌이 시발점, 왜 옛 동독의 작센주일까
통일 후 옛 서독과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상실감, 극우가 공략
난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독일 정치, 해법 제시 못 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독일에 몰아쳤던 극우세력의 소용돌이는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 시작됐다.
켐니츠에서 난민 출신에 의해 독일인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도화선이 됐지만, 극우의 세(勢)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독일 사회를 당혹게 하고 있다.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7일에는 6천 명, 지난 1일에는 8천 명이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 참여했다.
옛 서독 지역인 라인란트팔츠 주와 헤센 주에서도 올해 각각 15세와 14세 소녀가 난민 출신에게 살해당하면서 난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지만, 켐니츠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규모였다.
극우단체는 이번 사태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애초 켐니츠 등 작센 주 지역의 극우단체의 응집력은 상당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 나르며 선동하는 데 극우단체의 다져진 네트워크망이 한몫했다.
켐니츠 등 작센 주에서 벌어진 이런 현상은 옛 동독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점에 기인한다.
옛 서독지역과 여전히 벌어진 경제적 격차 등에 따라 '2등 국민'이라는 자괴감이 상당히 남아있다.
옛 동독 지역은 독일 통일 이후 일자리의 80%가 사라지며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통일 당시 동독의 생산성이 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했는데도, 동독의 마르크화를 서독의 마르크화와 일대일로 교환하면서 가뜩이나 경쟁력이 약한 동독 기업들은 무너져갔다.
당시 제조업체의 40%가 문을 닫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동독 지역을 떠나 이 지역은 더욱 활력을 잃었다.
이후 독일 정부가 옛 동독 지역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경제력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썼다.
작센 주도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세워지는 등 제조업이 발달하고 있다. 서부의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보다도 실업률이 낮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 격차는 상당하다. 지난해 발표된 '독일 통일 27주년 결산보고서'에는 옛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옛 서독지역의 73.2%에 그쳤다.
경제뿐만 아니다. 문화, 스포츠 등에서도 격차는 크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1부리그에서 옛 동독 지역의 축구팀은 라이프치히가 유일하다. 그것도 2016년에서야 1부 리그로 승격했다.
지역 자본의 힘도 아니었다. 유럽 음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미국 기업 레드불의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었다.
극우세력은 이 지역민들의 좌절감을 파고들어 세력을 키웠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 정당으로 부상했다.
옛 동독 지역에서의 선전이 바탕이 됐다. AfD가 옛 동독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20.5%로 전국 득표율 12.6%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작센주에서의 득표율은 27%에 달했다.
그만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다. 이번 극우세력의 집회에서 '우리가 국민이다'는 극우적인 구호가 나왔지만, '메르켈 물러나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독일 언론에서는 극우 집회에 모인 시민의 상당수가 극우주의자가 아니라고 바라본다.
난민에 대한 혐오증이 커진 것도 애초 외국인과 접촉한 경험이 부족하고 2015년부터 난민이 급격히 불어난 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난민에 대한 편식된 정보와 가짜 정보를 얻는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주류 정치권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메르켈 총리가 불법 집회를 비판하고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이 '조용한 다수'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할 뿐, 극우주의의 확산에 대처할 실효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31일 인터넷 언론 포쿠스와 여론조사기관 엠니드가 공동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이슬람교도의 독일 이민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독일 사회는 여전히 난민 등 이민자에 대해 관대하지만, 정치권 등 주류 사회가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뤄나가지 못하는 사이 극우세력이 힘을 받는 셈이다.
독일 언론은 이런 경향성이 계속될 경우 내년 작센 주 의회 선거에서 AfD가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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