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크방크 웹서 31일밤 30분간 지속…은행 "계좌 차단해 손해 없다" 주장
소셜미디어 '횡령 노린 조작극' '해킹' 등 음모론 '꼬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연휴로 들뜬 지난 금요일 밤 10시께, 국유 은행 할크방크 사이트에 접속한 고객들은 초기화면에 등장한 환율정보에 눈을 의심했다.
리라달러환율(1달러와 거래되는 터키리라 비율)이 살 때 3.8853리라, 팔 때 3.7253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떠 있었다.
당시 시장 환율은 1달러당 약 6.6리라(기준환율)였다.
시중에서 100달러를 사려면 660리라 이상이 필요한데 할크방크는 373리라에 판다고 게시한 것이다.
특히 당시는 은행 창구업무 마감 이후여서 인터넷으로 환전을 하면 고객이 고시 환율보다 더 불리한 환율을 적용받게 된다.
할크방크의 당시 달러값이 시중의 '반값'에 가까웠던 셈이다.
리라유로환율도 살 때 4.5091리라, 팔때 4.3234로, 역시 기준환율(7.6023리라)보다 훨씬 낮았다.
말도 안 되는 좋은 환전조건을 본 고객들은 계좌의 잔고로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할크방크에 따르면 반값 환전은 은행 시스템이 비정상적인 거래 움직임을 파악한 후 환율을 정정하기까지 약 30분간 계속됐다.
이 사이 고객 1천763명이 460만달러(약 52억원)를 샀다고 은행이 공개했다.
오스만 아르슬란 할크방크 은행장은 외환 시스템이 통화 사이에 환율 미세 오차를 조정하는 작업을 하던 중 오류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고 2일(현지시간) 뉴스채널 NTV에 밝혔다.
은행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자 조사에 착수했다.
아르슬란 은행장은 오류를 인지한 후 환전 거래를 한 고객의 계좌에 모두 거래 차단 조처를 했기에 피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는 리라화 급락장세에서 벌어져 터키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건의 실체와 실제 환전규모에 의문을 나타내며 은행의 설명을 불신하는 시각도 꼬리를 물었다.
은행이나 고객에 이익·손해가 전혀 없다는 할크방크의 설명과 달리 환전 직후 일부 고객은 다른 계좌로 잔고를 이체했거나 인출했을 수도 있지 않으냐는 의심이 주를 이뤘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은행의 공지도 사고 직후인 이달 1일 오전에는 "사고 후 곧바로 문제를 바로잡았다"였다가, 현재는 "거래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미묘하게 바뀌는 등 은행 측의 설명도 발언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 불신을 조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은행 관계자가 연휴 금요일 밤을 이용해 한탕을 노렸다"거나 "은행 노린 해킹 범죄" 등 음모론도 잇달았다.
할크방크는 미국검찰 수사에서 이란 제재 회피에 동원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정부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는 처지다.
앞서 올해 5월 뉴욕남부연방지법은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할크방크 부행장에게 유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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