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디 총리 영어발음 흉내 동영상도 '악재'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이 인도와 첫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를 앞두고 인도의 이란산 원유 수입과 러시아산 방공망 도입을 문제삼아 제재위협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종종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영어 발음을 조롱한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전략적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양국 장관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오는 6일 인도 수도 뉴델리를 방문해 양국간 군사안보 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2+2 회의가 개별 무기거래 문제를 협의하는 것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통신 상호운용성 및 보안 협정' 체결이 매듭지어질 경우 양국 협력관계가 첨단 군사기술의 이전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동맹으로서 인도의 중요성을 반영해 올초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군사,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데 방점을 찍고 올초 발표한 '2018 국방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동반자 관계 구축을 통해 공격을 억제하고 안정을 유지하며 공유지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화된 안보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미국산 무기의 인도 판매도 급속히 늘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인도에 대한 미국 무기장비 및 관련부품, 물류수송 판매액이 2008년 제로에서 올해들어 150억 달러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30억 달러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엔 F-16 전투기의 인도 판매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위협이 양국 협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도가 이란산 석유 구매를 대폭 줄이거나 6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미사일 방어체계 S-400 트라이엄프 도입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인도에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지난해 11월 이후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국가를 제재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 의회는 또 최근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군사 영역에서 중대한 거래를 한 국가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와 무기장비를 거래하는 인도에 특별 제재 면제를 부여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면서 제재를 면제받으려면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무기 의존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도는 예정대로 러시아 무기거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인도 외교부는 2+2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국방장관은 앞서 미국의 새로운 법규가 인도를 구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S-400 거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인도 당국은 이란산 석유 수입은 절반까지 줄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주일 인도대사를 지낸 헤만트 크리산 싱 델리정책그룹 본부장은 "이번 회의는 양국간 초기 인도·태평양 동반자 관계가 공동의 양호한 선을 따라 나아갈지, 양국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도는 지난주 2건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승인했다. 인도는 이를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20억 달러 규모의 해상 헬기 24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양국 간 전략협력에 걸림돌이 될만한 돌발변수가 또 하나 불거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의 영어 발음과 억양을 흉내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 인도에 퍼져나가며 2+2 회의를 앞둔 인도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백악관 내부회의에서도 모디 총리의 발음을 흉내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일간 '더 힌두'의 수하시니 하이다르 에디터는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에 나설지 불확실하다"며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인도에 보였던 인정 어린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더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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