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의 주요 정파가 서로 자신이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차기 총리 선출이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총선 이후 부정선거 시비에 이은 일부 개표결과 무효화, 투표함 방화, 전수 재검표 등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9일 개표결과가 확정돼 새 의회가 출범했지만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이라크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54석)을 얻은 알사이룬 정파는 2일 "알나시르 정파 등과 연정으로 188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알사이룬 정파는 강경 시아파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끈다. 이라크 정계에서 비주류였으나 충성도가 높은 지지세력을 보유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최다 의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알나시르 정파는 하이데르 알아바디 직전 총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번 총선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의석(42석)을 기록했다.
알사이룬 정파의 주장 직후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가 주도하는 법치국가연합과 친이란 민병대 출신 하디 알아미리의 파타흐 동맹이 연정을 구성했다면서 145석을 확보, 최다 의석이 됐다고 반박했다.
총선에서 법치국가연합은 25석(4위), 파타흐 동맹은 48석(2위)을 차지했다.
득표 1, 3위 정파와 2, 4위 정파가 각각 연정해 대립하는 셈이다.
이라크는 의원 내각제로, 의원 297명으로 구성되는 이라크 의회에서 각 정파가 연정을 구성해 최다 의석을 확보한 뒤 이를 등록하면 총리를 선출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총선 뒤 2일 처음 열린 의회 총회에서 법치국가연합-파타흐동맹은 쿠르드 계열 의원들과 함께 알사이룬에 반발하면서 의사당에서 퇴장했다.
두 연정 그룹이 앞다퉈 최다 의석을 주장하자 이라크 의회 임시 의장은 연방최고법원에 어느 쪽이 최다 의석인지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알사이룬과 법치국가연합-파타흐동맹을 구분하는 가장 큰 노선 차이는 이란에 대한 태도다. 알사이룬은 이란뿐 아니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세의 개입을 강하게 반대하지만 법치국가연합-파타흐동맹은 이란에 우호적이다.
특히 알사이룬의 지도자 알사드르는 알말리키(법치국가연합)가 총리를 지낸 기간 강경한 반정부, 반미 무장 투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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