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아마존 美정부와의 계약 해지 또는 난관
NYT "反트럼프 정서가 정부와 실리콘밸리 유대 훼손"
"백악관 주인이 누구든 조국에 봉사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구글은 펜타곤(미 국방부)과 체결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메이븐'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중동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드론의 이미지 분석 성능을 제고하는 이 기술에 대해 수천 명의 직원이 '전쟁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반대 서명을 벌인 뒤 취해진 조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이민세관 당국과의 계약을 종료하라는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대한 저항의 의미다.
아마존 역시 미국 경찰 당국에 제공하는 얼굴인식기술 제공을 중단하라는 직원들의 반발로 고심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트럼프 시대에 미국 정부나 군과 계약을 맺고 있는 많은 실리콘밸리 미국 기업들은 비슷한 고민과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자기 나라 지도자를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애국적 기업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NYT는 "구글 직원들은 전쟁 사업을 해선 안 된다며 '프로젝트 메이븐'을 반대했지만, 사실 이는 윤리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논쟁"이라며 "정치가 정부와 실리콘밸리와의 관계를 훼손하는 실질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실리콘밸리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윤리'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현 정부에 비협조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결국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미국 기업들을 함정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했고, 자유주의적 가정에서 성장했다고 밝힌 데이터 분석회사 '팔란티르'의 알렉스 카프 CEO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모든 미국 회사들은 펜실베이니아 애브뉴 1600(백악관 주소)에 누가 살고 있던 우리나라와 군대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팔란티르는 미 중앙정보부(CIA)의 벤처캐피털 지원부서로부터 200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아 창업한 회사다. 미 CIA는 9·11 사태 이후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을 후원해왔다.
특히 팔란티르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저명인사 가운데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카프 CEO는 "실리콘밸리의 칵테일 파티에 가면 사람들은 '당신네 회사가 테러리스트 공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느냐'고 묻는다"면서 "나는 '예스'라고 대답한다. 많은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도 "이런 논쟁을 초래한 당파성이 궁극적으로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나라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휴렛팩커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중음파탐지기, 레이더, 항공장비 등을 만들어 기술의 혁신과 성장을 이뤘고, 그 기술이 오늘날 다양한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NYT는 "페르디난도 포르셰는 나치를 위한 탱크를 개발했고, 휴고 보스는 나치군의 제복을 만든 회사지만, 이들의 애국심이나 정의가 논쟁이 되고 있느냐"면서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일론 머스크에서부터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제기해왔지만, 이런 극단적 걱정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링크트인 창업자인 레이드 호프만은 "트럼프 행정부의 '나쁜 정부 행동(bad government action)'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와 같은 강력한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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