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사고 이후 안전전문 직원 채용·불시점검에도 반복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삼성전자 사업장 내에서 작업자의 인명을 앗아가는 불산, 이산화탄소 누출 등의 화학물질 관련사고가 잊을만하면 발생해 경각심이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나름의 안전강화 대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세계 톱클래스의 외형에 걸맞지 않게 안전관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을 만 하다.
4일 오후 2시께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1층 화재진화설비 이산화탄소 밀집시설에서 협력업체 소속 직원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A(24) 씨가 숨졌고 B(26) 씨 등 나머지 2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A 씨 등은 누출된 소화용 이산화탄소에 질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다수의 화학물질을 다루는 특성상 각종 화학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지만, 초일류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비교적 잦은 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3년 한해에 발생한 2건의 불산 누출사고를 꼽을 수 있다.
그해 1월 28일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배관교체 작업 도중 불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작업자 5명이 어지러움을 호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명이 숨졌다.
당시 처음 누출 사실을 확인한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는 본격적인 수리작업 전까지 10시간 동안 유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방치하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처벌받았다.
불과 석 달 뒤인 같은 해 5월 2일에는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 탱크룸에서 불산 희석액 공급배관 철거작업 중 불산액이 소량 누출됐다.
이 사고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배관철거 협력업체 직원 3명이 피부발진 등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후로도 이와 비슷한 사고는 반복됐다.
2014년 3월 27일에는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에서 소방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살포됐다.
살포된 이산화탄소에 야간 근무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52) 씨가 질식,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인 2015년 11월 3일 기흥사업장에서는 황산 공급장치 배관 교체작업 중 황산이 누출됐다.
황산 200㏄가량이 배관에서 흘러내리면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얼굴과 목 등에 1∼2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그룹차원에서 환경안전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2013년 1차 불산 누출 사고 직후부터 신입·경력 환경안전전문직원 채용을 계속하고 있으며, 환경안전에 대한 그룹차원의 불시점검을 강화하고 문제가 지적되면 실제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강하게 제재하고 있지만, 아직 부주의한 일들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안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은정 다산인권운동센터 활동가는 "현재 삼성전자가 하는 안전대책이 국내 최대 기업에 걸맞은 것들인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전문가, 시민단체 등 외부인력과 함께 안전대책을 만들고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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