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완벽히 보존된 과거 옆에 최신의 것이 어우러진 런던에서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찾습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삼성 유럽 디자인 연구소(SDE)의 여홍구 부소장은 5일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삼성전자[005930]는 18년 전인 지난 2000년 유럽의 문화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해 런던에 유럽 디자인 연구소를 세웠다.
2005년에는 소재에 앞선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연구소를 설립했으나 현재는 런던의 유럽 디자인 연구소와 통합했고, 밀라노는 분소로 운영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서울과 런던을 비롯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인도 노이다·브라질 상파울루·중국 베이징·일본 도쿄 등 총 7곳에 글로벌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디자인 연구소는 IT·가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가구·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를 분석, 미래 소비자의 요구를 내다보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여 부소장은 연구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런던에 과거와 최신이 균형감 있게 공존한다는 건 당장 이 사무실 앞의 건물들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연구소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외관을 가리켰다.
실제로 연구소는 런던 중심부의 플리트 플레이스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는 500년 이상이 흐른 교회 건물과 아마존 런던 오피스, BoA 메릴린치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에는 약 40명 안팎의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디자인 외에 인문학·경영학·패션 등 폭넓은 전공 분야와 다양한 국적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융복합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유럽 디자인 연구소는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트렌드 랩'을 설치해 인류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의 이런 고민의 결과가 담긴 대표적 성과가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게이밍 PC '오디세이'(Odyssey)다.
삼성전자는 오디세이에 기존 게이밍 PC와는 전혀 다른 곡선을 이용하는 등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중성적인 느낌을 반영했다.
특히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육각형 형태의 헥사(Hexa) 디자인을 적용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2030 세대')로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부터 PC 사업팀과 긴밀히 협력했다.
또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물인터넷(IoT) '패밀리허브' 냉장고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도 생활가전 사업부와의 수많은 토론을 통해 연구소의 디자인 인사이트를 제품에 반영했다고 한다.
까밀 해머러 트렌드 랩장은 최근의 트렌드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국적·나이·성별 등으로 구분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현실과 가상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기술을 통해 그들만의 세상과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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