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24주년 '해상공항' 특수성으로 피해 커…장기화 우려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의 대표적 관문으로 꼽히는 간사이공항이 제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능이 마비됐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는 '해상공항'이라는 특수한 성격의 간사이공항이 이번처럼 강력한 태풍 피해를 보면서 빚어진 사태로, 장기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간사이공항에선 지난 4일 한국행 등 일부 항공편을 예정대로 운항하기로 해 약 3천명의 이용객이 현장에 있었지만,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자 정오께 2개 활주로를 폐쇄했다.
간사이공항은 오사카(大阪) 남부 해상의 인공섬에 위치한 공항으로, 이번에 제1터미널 지하와 주기장, 전기설비가 있는 기계실 등이 침수 피해를 봤다.
활주로는 4일 정오에 폐쇄됐고 침수로 물이 50㎝까지 차올랐다.
여기에다 공항과 육지를 잇는 다리(길이 3.8㎞)도 통행불가 상태가 됐다.
같은 날 오후 2시 오사카만 인근에선 폭풍 해일로 수위가 사상 최고인 3m 29㎝까지 올라갔다.
오사카부(大阪府) 일부 지역에선 58.1m의 순간풍속이 관측돼 고층건물이 강풍에 흔들리고 일부 건물의 지붕과 외벽이 무너질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간사이공항과 육지를 잇는 다리 주변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길이 89m·2천591t)이 강풍에 휩쓸려 충돌하면서 다리는 크게 파손됐다.
교통수단이 끊기고 휴대전화 연결도 어려워진 가운데 정전 피해로 음식점이 문을 닫자 공항 편의점 근처에는 음료와 식품을 사려는 이용객으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은 공항이 사람들로 넘쳐 벤치에 앉아있을 수 없게 되자 공항 바닥에서 잤다는 이용객의 말을 전했다.
1994년 문을 연 간사이공항은 지난 4일이 개항 24주년 기념일이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간사이공항 같은 해상공항 주변을 보호하는 호안(護岸) 시설의 높이에 관한 규정은 없으며 해당 해역 상황에 따라 설계를 한다.
침수된 간사이공항의 A활주로는 해면에서 약 5m 높은 곳에 위치하고 호안 시설 높이는 약 2.7m로, 난카이(南海) 해구 지진 발생시 상정되는 쓰나미(지진해일) 높이인 1.7m보다도 높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아 활주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통신설비 등이 물에 잠기면서 복구작업 장기화에 따라 방일객 감소 등 경제적 피해가 야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간사이공항의 2017년도 총 여객 수는 사상 최다인 2천880만명이었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방일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8년도에는 개항 이후 처음으로 3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됐다.
간사이공항은 오사카뿐 아니라 인근 교토(京都), 나라(奈良) 등지로 여행하길 원하는 관광객이 많이 이용한다.
해외여행을 할 예정이었던 한 공항 이용객은 "공항에서만 지내는 여행이 돼 버렸다"고 현지언론에 말했다.
한편, 오사카 시내 일부 지역에선 높은 파도에 휩쓸린 차량 100여 대에서 접촉 불량으로 추정되는 연쇄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풍 '제비' 일본 강타해 초토화…'가옥 무너지고, 트럭·지붕 날아가고'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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