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다가 함정수사의 희생양이 된 로이터 통신 기자들에게 미얀마 법원이 중형을 선고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얀마 당국은 이 사건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특히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국가기관인 인권위원회마저 논란이 된 언론인 처벌에 대해 언급을 피해 비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일 양곤 북부 지방법원이 공직비밀법 등 위반 혐의로 와 론(32), 초 소에 우(28) 등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데 대해 5일자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 지면에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성명에서 "양곤 북부 지방법원이 2명의 기자에게 7년 형을 선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판결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와 그가 주도하는 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해 굳게 입을 닫고 있는 가운데,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기관마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받는 논란의 판결에 침묵한 셈이다.
미얀마 군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경찰이 로이터 기자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공직 비밀법과 뉴미디어법, 미디어 행동강령 위반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제정된 공직 비밀법은 허가 없이 정부 기밀을 빼낼 경우 최장 1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두 기자가 가지고 있던 문서들이 안보와 관련된 극비 문서로 반군에게 직간접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휴대전화 등에 보관하고 있던 문서는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방문한 교황의 일정과 경호 인력 배치 계획, 제1 부통령 민트 스웨의 출장 일정표 등이었다. 일선 경찰관리나 정부 행사 담당자 등에게 공개된 문서다.
더욱이 기자들에게 문서를 넘긴 뒤 체포된 경찰관은 법정에서 이 모든 일이 윗선의 지시에 따른 함정수사라고 폭로했다.
중형을 받은 두 기자의 가족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하며 석방을 요청했다.
와 론 기자의 부인인 판 에이 몬은 "그들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그들에게 혹독한 처벌이 내려질 줄 몰랐다"며 "지난달 태어난 딸이 아빠 얼굴을 보게 되리라 예상했는데 희망이 사라졌다"며 울먹였다.
초 소에 우 기자의 부인인 칫 수 윈은 "나는 남편이 풀려나리라 기대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정부의 자비를 바라지만, 언론인으로서 책임을 다한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이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두 기자의 석방 촉구 행렬에 동참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에서 "두 기자는 인권 유린과 대량 학살을 폭로한 언론인으로 투옥될 것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한다"며"종교와 언론의 자유는 강력한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미얀마 정부는 기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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