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신간서 주장…"트럼프가 '재앙' 일으키는 것 막으려 참모들 고전"
"매케인을 '겁쟁이'로 불러"…軍장성들에게 '병사들이 당신들보다 훨씬 잘할 것"
배넌과 이방카 충돌 일화도…"넌 빌어먹을 참모" vs "난 퍼스트도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암살을 명령하고, 최근 세상을 떠난 '전쟁영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겁쟁이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신의 보좌진과 행정부 각료들을 향해서도 "쥐새끼"와 같은 욕설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으며,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이 큰 사고를 치는 일을 막으려고 악전고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곧 펴낼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의 사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한반도 문제 외에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암살 명령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알아사드 정권이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암살을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기랄 그를 죽이자! 쳐들어가서 그들을 많이 죽여버리자"라고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즉시 착수하겠다고 답해놓고,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의 고위 참모에게 "우리는 (대통령의 명령 중)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매케인 의원을 '겁쟁이'라고 묘사하면서 그가 부친의 계급 덕분에 베트남 수용소에서 다른 포로보다 빨리 석방될 수 있었다고 거짓 주장을 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자 매티스 장관이 "대통령께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매케인 의원이 오히려 조기 석방을 거부하고 5년 동안 심한 고문을 당했다고 정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 알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도중 군 장성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있는 병사들이 당신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25분 동안 질책했다고 한다.
이 책은 트럼프 백악관의 '이너서클'에 속한 주변 인사들이 대통령의 충동을 자제시키고 '재앙'을 일으키는 것을 막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과정에서 서로가 어떻게 갈등을 빚었는지에 관한 일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이런 과정을 "행정부의 쿠데타", "행정부 신경계의 고장" 등으로 묘사했다.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저지하려고 문서를 훔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당시 백악관 선임비서관에게 "왜 아직도 이 일(나프타 탈퇴)이 마무리되지 않았나"고 하자, 포터 전 비서관은 탈퇴 사실을 공표하는 문건 초안을 만들었다.
그 여파를 두려워한 포터 전 비서관이 콘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고, 콘 전 위원장은 "내가 이 일을 멈출 수 있다.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서류를 빼내겠다"고 자신했다.
우드워드는 콘 전 위원장과 매티스 장관이 대통령의 위험한 행동을 저지하는 '전통주의자 동맹'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지시와 결정을 막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포터 전 비서관마저 "우리는 영원히 벼랑 끝을 따라 걷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말리는 참모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인우월주의들의 '샬러츠빌 유혈 사태' 대처에 실망한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업적 거짓말쟁이"라며 결국 사표를 던졌으나, 당시 여론에 굴복해 백인우월주의자를 공개 규탄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참모들에게 "내가 했던 가장 큰 실수이자 최악의 연설"이라고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 전 위원장의 분노에 공감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나라면 사직서를 써서 그의(트럼프 대통령의) 항문에 6번 밀어넣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현 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리는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풍 트윗'을 날리는 이른 아침이나 일요일 저녁을 "마녀가 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각각 부르기도 했다.
참모들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도 만만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전 비서관에게 상관인 프리버스 전 실장을 무시하라고 명령하면서 "프리버스는 쥐새끼 같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NSC 보좌관에 대해서는 가슴을 부풀리고 호흡을 과장하는 버릇을 뒤에서 흉내 내며 비웃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또 자신보다 8살 많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는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당신이 더는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당신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면박을 줬다.
알려지지 않았던 백악관 보좌진과 대통령 가족 사이의 충돌 비화도 처음 공개됐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에게 "넌 빌어먹을 참모라고! 네가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넌 참모다"라고 소리를 지르자, 이방카는 "난 참모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난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예민한 태도를 나타낸 일화도 많다.
자국인 석방 문제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널드, 이번 수사가 걱정된다'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이야기를 변호인에게 전하면서 "마치 낭심을 걷어차인 것 같았다"며 뼈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27일에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존 다우드가 특검의 소환조사에 대비해 사전 '리허설'을 했는데, 다우드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빌어먹을 거짓말"이라며 30분 동안 고함을 지른 뒤 "(특검에 나가) 증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우드는 지난 3월 뮬러 특검에게 대통령 소환조사를 막으려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난 그가 바보처럼 보이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당신이 대화록을 펴내고 워싱턴에 모든 것이 유출되면 해외에 있는 사람들도 '트럼프는 바보라고 내가 말했잖아'라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뮬러 특검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에 나가서 진술하겠다고 고집하자, 다우드는 "진술하지 마라. 아니면 죄수복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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