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공급 늘려라'…도심에선 쥐어짜고 외곽에선 택지 찾고

입력 2018-09-05 11:57   수정 2018-09-05 14:09

'서울 주택공급 늘려라'…도심에선 쥐어짜고 외곽에선 택지 찾고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론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가 도심에서는 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공급 수를 최대한 늘리고 외곽에서는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 등 그동안 일련의 대책을 통해 집값 상승 원인은 일부 투기수요 때문일 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신규 택지 등 공급 증대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당초 공언한 수도권 신규 택지 30곳은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땅을 확보하는 차원이었으나 국토부는 지난달 신혼희망타운과 상관없는 일반 공급용으로 택지 14곳을 추가로 발굴한다고 밝히며 노선 변경을 예고했다.
이제는 서울 인근에 신도시급 신규 택지를 두 곳 추가한다는 얘기까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 땅 없는 도심에서는 최대한 쥐어짠다
5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제는 집값 상승에 맞서기 위해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하면서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투자 수요가 집중돼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 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의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를 완화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은 자율주택사업의 임대주택 공급과 연계된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더 누리게 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전체 연면적의 20% 이상 공적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채울 수 있으나 늘어난 용적률만큼 임대를 지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사업자가 용적률을 상한까지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연면적뿐만 아니라 세대수의 20% 이상 범위에서 임대를 공급해도 용적률을 상한까지 부여함으로써 사업자에 숨통을 틔워줬다.
자율주택정비사업 대상에 연립주택이 포함된 것도 사업에 활기를 줄 전망이다.
이 외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건축 등 다른 형태의 소규모 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이는 등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상업지역 등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서울시에 이같은 내용으로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 등에 공급되는 주상복합 등의 주거 면적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법으로는 상업·준주거지역에서 주상복합을 지으면 연면적 중 주거용의 비율 상한을 90%까지 정하고 세부 내용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서울의 경우 이 주거용 비율이 70% 정도 되는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이 비율이 높아지거나 아예 용적률 자체가 올라가기도 한다.
국토부는 이와 같은 규제를 다소 완화해 상업·준주거 지역에서 주택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업지역 등지에 주택이 많아지면 학교 문제나 일조권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신도시 개발될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택지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2022년까지 수도권에 44곳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해 주택은 36만2천호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목표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주택 5만호를 공급할 수 있는 신도시급 택지 2곳을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밝힌 신규 택지 확보 방침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보인다"며 "위치에 따라 다소 큰 택지가 확보될 수도 있겠으나 그럴 경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에는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원래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를 확보하려면 웬만한 곳은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
작년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일부 발표된 성남 금토·복정, 구리 갈매역세권 등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9곳도 면적의 70%가 그린벨트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전히 그린벨트 해제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서울시는 도심 주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휴지 등을 적극 물색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린벨트 해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향후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공식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신중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제 후보지로는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은평구 불광동, 강서구 일대 등지가 거론된다.
서울 인근 5만호 규모의 신도시 조성 방안과 후보지도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국토부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예정지역으로 알려진 곳에 투기꾼들이 현금을 들고 가 땅을 사는 등 투기판이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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