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구봉초 비상대책위, 문화재위 열린 서울서 기자회견
"성과 내기 위한 조급증 버리고 주민 설득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적 제429호 '김해 구지봉' 남측 지역에 대한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신청으로 학교 철거 위기에 놓인 학부모들이 서울에 올라와 학교 이전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해 구봉초등학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회의 장소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가 가야사 복원 사업과 유적 보호를 위한 축제 대체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구봉초 학부모 9명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가야사 복원 사업은 영호남 화합과 상생 발전을 위한 뜻깊은 일이지만, 김해에서는 현대판 순장에 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학생 324명이 다니는 행복학교인 구봉초등학교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김해시가 새롭게 신청한 구지봉 보호구역 면적은 9만955㎡이다. 보호구역 지정 안건은 문화재위원회에서 한 차례 보류된 뒤 지난 7월 검토 과정에서 단계별 정비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가결됐고, 이날 심의에서도 지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시청이나 교육청 연락을 기다리겠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지봉은 김수로왕 탄강(誕降) 설화가 전하는 곳으로, 수로왕을 맞이하기 위해 춤을 추며 부른 노래인 구지가가 만들어졌다는 유적이기도 하다.
구지봉 유적 남쪽에는 구봉초·김해서중·김해건설공고·김해교육지원청이 있고, 도로 건너편에 사적 제341호로 가야 무덤이 모인 대성동 고분군과 사적 제2호 봉황동 유적이 있다.
김해시는 2012년 이후 김해서중 운동장, 김해건설공고 운동장 등지에서 발굴조사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부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구지봉과 대성동 고분군을 잇는 가야문화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김해시는 문화재청에 제출한 자료에서 "보호구역 신청 지역은 구지봉 구릉 연장선에 해당하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 건립으로 원지형이 훼손된 상태로, 향후 정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가야인들이 신성시한 공간인 구지봉에 대한 성격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시는 학교부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약 60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학교들을 이전해 2021년까지 연차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구봉초 학부모들은 "문화재위원 중에는 유적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된다거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있다"며 "김해시와 교육청은 지난 7월까지 학교가 보호구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은 가야사 복원이 현 정부 현안으로 떠오른 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가 국정과제에 포함됐을 때부터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문화재 조사와 연구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을 설득해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