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한라의 젊은 주장 조민호 "팀원들에게 존댓말 써요"

입력 2018-09-05 17:19  

아이스하키 한라의 젊은 주장 조민호 "팀원들에게 존댓말 써요"
"대명 등 다른 팀들 전력 좋아졌지만, 한라를 넘어서진 못할 것"



(안양=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올해 2월 안방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비록 4전 전패를 당했으나 체코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고, 핀란드전에서는 2골을 몰아치며 가파른 추격전을 펼쳤다.
그에 앞서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는 4승(연장 1승 포함) 1패로 2위를 차지하며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챔피언십 승격의 위업을 이룩했다.
국제 아이스하키에서 변방 중의 변방에 속하는 한국의 이 같은 눈부신 성장은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에 취임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1994년 12월 현재의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한 뒤 2012년까지 한라 구단주를 맡으며 한국 아이스하키 성장의 초석을 놓았다.
대표팀 24명 중 14명이 한라 소속일 정도로 한라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그런 한라의 주장이 된다는 것은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2018-2019시즌, 한라의 주장 완장은 조민호(31)가 찬다.
올 시즌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패트릭 마르티넥(47·체코) 감독은 팀 내 최고 연장자가 주장을 맡아왔던 관행을 없애고 중고참급인 조민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5일 오후 한라의 아시아리그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안양빙상장에서 만난 조민호는 "영광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이 많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조민호는 올해 5월 덴마크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퍽에 얼굴을 맞아 앞니 3개가 한꺼번에 부러졌다.
그는 그렇게 앞니가 빠진 상태로 "저보다 고참인 선배들이 많이 있어서 주장으로서 뭔가 말할 때는 존댓말을 쓴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라는 아시아리그에서 '한라 왕조'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성적을 내왔다.
한라는 최근 네 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해 세 차례 연속 우승(2016, 2017, 2018)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정이 다르다. 외국인 선수가 3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로스터를 정비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사이, 대명 킬러웨일즈 등 다른 팀들은 알차게 전력을 보강해 한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조민호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한라는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좋은 선수가 많고, 다른 팀들이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얼음판 위에서 성적으로 증명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가장 경계하는 팀은 대명이다. 한라는 대명과 최근 연습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조민호는 "대명이 예전보다 짜임새가 좋아졌다.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더라"며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아이스하키 팬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조민호는 한라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오랜 시간 같은 라인에서 호흡을 맞춰온 브락 라던스키가 은퇴하면서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는다.
그는 "새 외국인 선수 빌 토마스, 신상우와 2라인 공격진을 맡게 됐다"며 "손발을 많이 맞춰봤는데, 토마스가 하키 센스가 좋고 궂은일도 도맡으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역사적인 첫 골을 터트린 조민호는 올림픽을 통해 커진 아이스하키에 관한 관심이 아시아리그에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 아이스하키 꿈나무들에게 재능기부 행사를 했는데, 많이들 알아봐 주시더라"며 "선수들도 그래서 이번 아시아리그를 많이 기대하고 있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조민호는 "팬들이 얼음판을 직접 찾아와서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시면 좀 더 신나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라는 8일과 9일 안양빙상장에서 일본의 오지 이글스를 상대로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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