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익명 관리'는 누굴까…'레지스탕스 기고문' 추측 빗발

입력 2018-09-06 16:30  

베일 속 '익명 관리'는 누굴까…'레지스탕스 기고문' 추측 빗발
펜스 부통령? 켈리 비서실장?…백악관, 기고자 색출 나서
WP "최측근 가능성"…일각선 '트럼프 자작극' 음모론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뉴욕타임스(NYT) 온라인판에 5일(현지시간) 실린 익명 칼럼이 파문을 불러오면서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외신 따르면 이날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저항세력)의 일부'라는 제목의 칼럼이 공개된 후 NYT는 게재 경위를 설명했고 온라인에서는 칼럼을 쓴 '익명의 현직 고위 관리'에 대한 관측이 잇따랐다.
우선 NYT는 이번 칼럼의 직접 담당자인 오피니언란 에디터 인터뷰를 통해 게재 경위와 익명 공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짐 다오 오피니언란 에디터는 인터뷰에서 "칼럼에 담긴 내용이 중요했다"면서 예외로 인정할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대중의 관심에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칼럼은 기명으로 싣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예외적으로 익명 게재를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것은 매우 강력하게, 분명하게 쓰여진 글이었다"며 해당 칼럼의 필자는 매우 원칙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이는 공표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NYT는 이 칼럼이 지난주에 중개자를 통해 오피니언 에디터에게 제출됐다고 밝혔다. 오피니언 페이지는 신문 뉴스룸과 워싱턴 담당 부서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NYT는 자사가 익명 필자에게 오피니언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면서 익명 칼럼을 실은 과거 사례들도 소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례로는 지난 6월 국외 추방과 엘살바도르 폭력조직의 위협에 직면한 불법 이민자가 쓴 글이 익명으로 실린 사례가 있으며 2009년에는 안전을 이유로 이란 학생이 이름 일부만 공개한 적이 있다.
다오 에디터는 내부 논의 과정에 관해서는 "글쓴이의 신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칼럼이 게재된 이후 각종 뉴스 매체들과 온라인 공간은 작자를 추정하는 견해들로 떠들썩하다.
팟캐스트 프로듀서인 댄 블룸은 칼럼에 나온 'lodestar'(북극성)라는 단어를 과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연설에서 종종 사용했다는 점을 토대로 펜스 부통령이 글쓴이일 수 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그는 2001년부터 시작해 수많은 연설문을 파악했다. 이 단어는 '인도하는 별', '영감을 주거나 가이드 역할을 하는 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부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아니라면 펜스 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일부 기자들은 과거 사례를 들어 언론인의 가능성도 거론한다. 1996년 익명으로 발표됐던 소설 '프라이머리 칼라스(Primary Colors)'의 경우 나중에 저자가 뉴스위크의 조 클라인 기자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소설은 1992년 빌 클린턴 당시 대선 후보의 대선 캠페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게임은 시작됐다"면서 이번 칼럼의 글쓴이를 놓고 추측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선 유명인이거나 영향력 있는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면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켈리엔 콘웨이 선임 고문, 존 켈리 비서실장 등 백악관 최측근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각에선 최근 작고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진영에서 이 글을 보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기자는 추정되는 인물 12명의 명단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자방카'(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합성어)와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포함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각본을 짰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밥 우드워드가 다음 주께 펴낼 신간 '공포'의 내용과 현재 진행 중인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청문회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내부 논쟁에 불을 붙이려는 목적에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칼럼이 공개된 직후 트위터에 '분노의 트윗'을 쏟아내며 격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고자를 겨냥해 '반역죄'(treason)를 언급하기도 했다.
NBC는 복수의 백악관 참모들과 대통령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칼럼을 접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폭발'(volcanic) 상태라고 보도했고, 다른 미 언론들도 백악관이 기고자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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