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인정한 '수석협상가 문재인'…주목받는 비핵화 중재역

입력 2018-09-06 17:34   수정 2018-09-06 17:53

트럼프도 인정한 '수석협상가 문재인'…주목받는 비핵화 중재역
트럼프 "북미양쪽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역할 요청…메시지 김정은에 전해달라"
김정은도 "美에 메시지 전달해달라"…문대통령, 정의용 통해 북미정상 메신저 역할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서 '중재·촉진'…작년 타임 표지 '협상가' 장식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THE NEGOTIATOR'(협상가)
작년 5월 한국 대통령선거 직전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 표지 제목이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굳게 입을 다문 얼굴이 표지 전면을 장식했다.
타임이 당선이 확실시되던 문 후보를 표지 모델로 내세우며 심층 기사를 다룬 것은 그의 철학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기사 소제목은 '문재인은 김정은을 다룰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으며 대화를 원한다'였다.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흐른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 또는 최고협상가)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북특사단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남긴 메시지가 있어 이를 정 실장이 특사단으로 방북해 북한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가가 돼 달라고 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협상가라고 지칭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미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협상가·중재자·촉진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문 대통령의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장이었던 정 실장은 전날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로부터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정 실장은 이날 밤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정 실장을 통해 북미 정상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달하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틈새를 좁히려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기 공히 신뢰를 보내는 문 대통령의 중재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일촉즉발이던 한반도를 평화 무드로 전환하기 위해 한미동맹에 기반을 두면서도 북미 간 입장차를 '조율'하고, 때론 접점을 찾으려 협상안을 내놓고, 협상의 실마리가 잡혔을 때 '촉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취임 후 북미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도 한반도 전쟁 불가와 대화 해법을 견지했고, 북미 간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결과적으로도 적절한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고리로 한 대북특사단 가동으로 북미 간 대화 무드를 조성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취소를 발표했을 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SOS'를 쳤고, 그래서 성사된 게 5·26 2차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과 함께 같은 달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을 잇달아 만났고, 북미정상회담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그 이면에는 '중재자 문재인'의 역할이 컸다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최근의 상황도 비슷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8월 말 4차 방북이 가시화하면서 북미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의 방북이 취소돼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는 흐름을 보이던 터였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대북특사 카드를 끄집어냈고, 북미 정상의 의중을 서로에게 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핵화 시계'가 다시금 움직일 여건을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하기로 하는 동시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로 '9월의 판'이 짜인 것은 협상가이자 촉진자로서 그의 역할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라간 순간이다.
문 대통령 "특사단 방북 기대 이상 성과…북미대화 촉진 기대" / 연합뉴스 (Yonhapnews)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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