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갔다고 나치 아냐"…메르켈 입장과 상반돼 논란 예상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기성 정치권이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 벌어진 극우세력의 폭력시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시위대를 이해한다고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호퍼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왜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격분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서 "거리로 나가 시위를 했기 때문에 그들이 나치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난민은 독일에서 모든 정치적 문제의 어머니"라며 "기성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지금 사회적 문제를 이민 문제와 연관 짓고 있다"면서 "독일이 이민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주요 정당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인류애의 발현과 독일인의 우려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켐니츠의 극우세력 시위에서 나치 식 경례를 한 참가자들이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호퍼 장관의 발언은 메르켈 총리의 입장과 확연히 다르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베를린에서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와 회담을 하고 켐니츠에서의 극우세력 폭력시위에 대해 "명백한 증오이고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박해"라고 재차 비판했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대연정 내각이 출범한 뒤 난민 강경책을 내세워 메르켈 총리와 갈등을 빚어왔다.
켐니츠에서는 지난달 26일 거리 축제 참가자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져 한 독일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용의자로 이라크, 시리아 출신의 두 남성이 체포됐다.
이에 반(反)이슬람을 표방한 페기다 등 극우단체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난민과 이슬람에 반감을 품은 시민들을 선동해 이튿날인 27일 대규모로 폭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에도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페기다 등은 켐니츠에서 대규모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제호퍼 장관은 켐니츠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이라크 출신 난민이 애초 유럽연합(EU) 내 첫 망명 신청지인 불가리아로 송환돼야 했으나, 당국 간 소통 문제로 송환되지 않았다고 오류를 인정했다.
제호퍼 장관은 난민이 EU의 다른 회원국에서 망명 신청을 한 뒤 독일에 입국할 경우 망명 신청을 했던 국가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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