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를 빼닮았다

입력 2018-09-07 07:37   수정 2018-09-07 10:50

지금은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를 빼닮았다
신간 '발견의 시대'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500년 뒤 후세 사가들은 오늘날을 어떻게 평가할까. 무슨 무슨 시대였다고 이름 붙일 만큼 주목할만한 시대적 특성을 찾아낼 수나 있을까.
세계 곳곳에선 정치·사회 갈등이 터져 나오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하며 기술적, 문화적, 사상적 조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언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최근 저서 '발견의 시대'(원제 Age of Discovery·21세기북스 펴냄)에서 현대가 15~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와 닮았다고 주장하며 금융, 정치, 교육, 기술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크리스 쿠타나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책은 1450~1550년 100년간 유럽 역사를 살핀 뒤 문화와 예술, 기술이 화려한 꽃을 피운 르네상스가 사실은 엄청난 변화 속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격동의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이 시기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가 발명하고,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으며, 바스쿠 다가마는 아시아 항로를 개척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새로운 우주론을 내놨으며, 마르틴 루터는 인쇄술을 이용해 종교개혁의 불을 댕겼다.
예술, 철학, 과학에서 그 이전 1천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취가 이뤄졌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와 같은 천재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산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꼈을 현실은 역사의 황금기가 아니라 혼란의 연속이었을 수 있다.
낯선 신종 질병이 창궐하고 신용 시장이 붕괴했으며, 아시아로 가는 신항로가 발견되면서 실크로드를 따라 건설된 기존 무역로는 폐허가 됐다. 종교전쟁, 종교재판에 민중 폭동도 잦았다.
책은 급격한 과학기술 발전과 정치·사회적 변화, 그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과 분쟁, 혼란을 겪는 오늘날을 르네상스 시대에 대입한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전 지구가 세계화 물결에 휩싸이면서 인류는 지정학적 변화와 함께 급격한 세계관의 변화를 맞았다.
인터넷이 촉발한 정치, 경제, 문화, 생활상 변화는 과거 인쇄술이 부른 혁명적인 변화에 비견된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종교적 극단주의, 외국인 혐오, 테러와 전쟁, 글로벌 금융위기, 생명기술과 정보기술 혁명, 인공지능(AI)의 등장. 이 모든 것은 인류에게 기회이자 위기임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낙관적이다. 30년 전인 1990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신(新)르네상스 시대'라 부르며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시대 특징은 '천재성'과 '위험성'으로 정의한다.
당대를 인류의 황금기로 만들기 위해 천재성이 꽃필 수 있게 실패를 용인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질병부터 테러까지 위험성을 완화할 내구성과 회복 탄력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김지연 옮김. 524쪽. 2만2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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