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우려 큰 편마암 지질…보강공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은 수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이미 붕괴 위험성이 지적된 곳이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약 5개월 전 서울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3월 30일에 현장점검을 진행한 뒤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시 유치원 측으로부터 먼저 의뢰가 왔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균열이 간다든지 어떤 붕괴 징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을 나가 지질을 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며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써줬다"고 말했다.
앞서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진 가산동 공사장 역시 편마암 지대이며, 편마암 지대는 붕괴에 취약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은 지질의 특성을 무시한 공사에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최근에 내린 폭우가 일부 영향을 줬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취약한 지질에서 지질의 특성에 맞지 않는 공사를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이후 일부 보강이 이뤄졌겠지만, 제대로 된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붕괴가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4년 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서울상도유치원에는 균열이 심하게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7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발생했었다"며 "지속적인 항의에도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서울상도유치원 재난 발생 현황 보고'에 따르면 서울상도유치원은 올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6월과 7월 1·2차 계측에서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한밤중 서울상도유치원 붕괴 위기 날벼락…"비 오자 건물 무너져"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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