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무관심의 장막 걷어야…메시지 단순하게·반복적으로"

입력 2018-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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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무관심의 장막 걷어야…메시지 단순하게·반복적으로"
한은 "경제주체 이해 수준에 따라 메시지 달리 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중앙은행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한국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김제현 한은 커뮤니케이션국 커뮤니케이션기획팀장은 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18 한국은행 통화정책 워크숍'에서 발제자로 나서 "단순 내용 전달식의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은 전망가, 분석가들에게는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지만 가계와 기업들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경제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무관심의 장막'이 형성됐다고 표현했다. 존 롤스가 언급한 '무지의 장막'에 빗댄 말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유로존에선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 양적 완화 정책 발표가 나왔음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장기간 저물가가 지속하면서 물가 변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고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저하한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정보가 복잡하고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 팀장은 중앙은행이 가계와 기업의 기대 관리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관심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앙은행이 단순한 메시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잡하고 어려워진 중앙은행 정책을 가계와 기업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되 경제주체의 이해 수준에 따라 다층적이고 차별화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란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반 국민도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1∼3단계로 구분해 쉽고 단순한 내용의 1, 2단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싣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통화정책과 관련한 다층적인 표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초적인 경제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쉬운 언어와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디지털 경제 설명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중앙은행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뉴질랜드 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플레이션 목표치 정보를 받으면 당장 인플레이션 전망에 영향을 미쳤지만 6개월 후에는 영향력이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제품 마케팅, 정치적 메시지처럼 해당 정보에 반응할 가능성이 큰 대상을 상대로 한 커뮤니케이션도 추구해야 한다고 김 팀장은 제언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독감 예방접종 홍보, 국세청 세금 환급 안내와 같이 공공 캠페인을 벌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가계와 기업의 기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다층화한 커뮤니케이션은 경제의 안정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중앙은행 신뢰와 평판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경제주체별로 차별화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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