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제에 글로벌 경쟁서 도태 위기"
(창원=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때문에 부담이 너무 큽니다. 이대로 가다간 동남아 등과 비교해 국제 경쟁력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 또한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경남지역 강소기업 대표들은 9일 중앙언론사 팸투어에 참가한 기자들과 만나 급격한 경제정책 변화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콘택트렌즈업체 드림콘의 김영규 대표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해 직원들 일을 못 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결국 기업이 살아야 직원도 사는 것인데 계속 압박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니 수당이 줄어들어 결국 피해 보는 것은 근로자들"이라며 "기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수출 물량이 많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가끔 잔업도 하는데 다들 지금처럼 일해도 상관없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을 뽑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서울이 아니라 그런지 지원자가 많지 않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과감히 유예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업체인 경한코리아의 이준형 부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매출 증가에 비해 고용은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만 더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며 "이러한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다 보니 소재 가격 등이 20∼30%씩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은 또 "국내에서만 경쟁한다고 하면 모두의 부담이 늘어나니 상관없지만, 글로벌로 나가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최근 소재 가격 급등으로 견적 내기가 두려울 정도라 글로벌로 나갔을 때 인도 회사 등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을 통한 성장 전략을 고수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에 의존했던 회사들은 최근 현기차의 부진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2000년대부터 수출을 시작한 덕분에 현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돌아봤다.
경한코리아는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확충해 비용은 억제하고 가격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수준의 설비를 갖추려면 100억 원 정도가 들 텐데 정부는 5천만 원을 줄 테니 결과를 가져오라고 한다"며 "건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적은 기업에 많은 금액을 배정해 모범으로 삼자고 건의했으나 정부 사업은 형평성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아쉬워했다.
경남지역은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비율이 99.9%에 달하고 수도권 다음으로 중소기업 수가 많으나,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최근 부진해 제조업 업황은 계속 하락세다.
신기수 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 회장은 "조선, 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은 경남지역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많이 감소했고, 일부 업체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을 정도로 힘들다"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현장에서는 훨씬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방향이 맞더라도 단계별로 천천히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호 이노비즈협회 경남지회장은 "인력난이 심해 대부분 업체가 외국인들을 고용하는데, 교육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도 똑같은 월급을 준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말레이시아 등에서 배 타고 출퇴근해 월급을 반만 줘도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가격에 반영돼 크게 차이가 나니 국제 경쟁력에서 한국이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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