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3년간 4억4천만원 '쪼개기 후원' 혐의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국회의원들에 대한 KT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이 KT 전·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모(54) 사장·맹모(59) 전 사장·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7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천여만원을 조성해 이 가운데 4억4천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6월 이들 3명과 황창규 KT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금품수수자에 해당하는 의원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영장을 돌려보내 경찰의 반발을 샀다.
경찰은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구 사장 등 전·현직 임원 3명의 증거인멸 우려가 한층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보고 다시 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황 회장과 관련해서는 보강수사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일단 이번 영장 신청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KT는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을 포함해 27명 명의로 국회의원과 선거 후보자 등 99명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자금 출처를 감추고자 이런 '쪼개기' 수법으로 후원금을 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특정 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등 KT와 밀접한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고자 후원금이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일부 의원실에서 KT를 상대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나 협찬을 요구하고, 보좌진이나 지인 등의 취업을 요구해 실제로 채용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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