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는 옛말"…부산시의회 해외연수 관행 바뀐다

입력 2018-09-09 08:00  

"외유는 옛말"…부산시의회 해외연수 관행 바뀐다
방사능 측정기 들고 후쿠시마행, 물류 인프라 견학 블라디보스토크행
일부 상임위는 올해 연수 취소 후 예산 반납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방사능 측정기 들고 후쿠시마에 들어갑니다."
부산시의회의 해외연수가 바뀌고 있다. 과거 유럽과 북미 중심에서 실질적인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라로 연수를 떠나고 있다.
기존 해외연수는 기간이 10∼13일에 이르고 경비 또한 1인당 500만 원에 달했다. 여행사가 일정을 짜다 보니 공식 일정 중간중간에 유명 관광지 관광이 끼어들었고 이 때문에 외유성 해외연수란 비난을 받았다.
6·13지방선거로 출범한 제8대 부산시의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부산광역시의원 공무 국외 활동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에서는 해외연수 심사를 엄격하게 받도록 했다.
심사는 평소 20명의 위원을 확보해 두고 필요할 때 이 중에서 7명을 선정해 심사하도록 했다. 7명 중에는 민간위원이 절반을 넘도록 했다.
연수계획은 기존 출국일 20일 전에서 30일 전에 제출하도록 해 꼼꼼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연수 후 보고서 제출도 기존 입국 후 30일 이내에서 20일 이내로 당겼다.



조례 제정과 함께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유성 연수를 지양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올해 하반기 국외연수부터 변화가 보인다.
도시안전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시마를 다녀오기로 하고 공무 국외 활동 계획서를 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연수계획에 따르면 연수 기간 중 사흘을 2011년 원전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 재해현장에서 보낸다.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원전이 밀집한 부산의 대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시의회는 의원들의 방사성 물질 노출을 우려해 방문 지역을 원전 사고현장 60㎞ 밖으로 한정했다. 사전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방사능 측정기를 휴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박성윤 도시안전위원장은 "안전 우려와 일정 조율 문제로 후쿠시마 방문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원전 사고 수습 과정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최종 방문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양교통위는 내달 1일 5박 6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기로 했다.
유라시아 철도개통과 남북경협 등에 대비해 물류 인프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라시아 철도가 개설되면 그 출발점이 부산이 되기 때문에 부산이 갖춰야 인프라와 향후 대비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교육위는 내달 초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해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과 사례를 살펴본다.
경제문화위는 이달 27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관광 인프라와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 살펴볼 예정이다.
복지환경위와 기획행정위는 아예 올해 국외 연수를 취소하기로 했다.
두 상임위는 국외연수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의미 있는 목적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임기 초반 국내서 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는 이유로 올해는 국외연수를 가지 않고 관련 예산을 반납하기로 했다.
부산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과거에는 1인당 연 250만 원의 국외연수 비용을 2년 동안 모아 유럽이나 북미, 남미로 국외연수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조례에 이런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아 외유성 국외연수는 사실상 어렵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제8대 부산시의회는 의원 정원 47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41명, 자유한국당 5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ljm70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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