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고용 증가세 둔화…내년도 실업급여 사업비 7조6천억원 편성 21%↑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실업자나 실업과 비슷한 상태에 있는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16개월째 증가한 것은 주력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구직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영세업체의 채용까지 위축하는 등 고용이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9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중 산업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최근 제조업, 건설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제조업 취업자는 올해 7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은 4월 6만8천명, 5월 7만9천명, 6월 12만6천명, 7월 12만7천명으로 점차 커졌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산업 경쟁력이 약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전년 동월과 비교한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생산지수(원지수)는 올해 1월에는 1.8% 늘었으나 2월 -19.8%, 3월 -12.3%, 4월 -5.4%, 5월 -0.1%, 6월 -0.8%, 7월 -12.0%를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제조업의 생산지수(원지수)는 2015년 4월부터 4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 업체는 규모가 있어서 어느 정도 견디지만, 부품업체는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이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나 중국 의존도, 반도체 편중이 심각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등 좋은 일자리 감소는 실업자는 물론 취업을 희망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잠재 구직자' 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가 마땅하지 않아서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족할 만할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것이 실업자나 잠재경제활동인구 증가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건설업은 아직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하지 않았으나 올해 7월에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만7천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에 건설업 취업자가 월평균 11만9천 명 늘었던 것에 비춰보면 건설업의 고용 둔화가 최근 고용부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가 많은 산업도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작년 6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했고, 도매 및 소매업은 작년 12월부터 8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전반적인 경기 악화와 더불어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들이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락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을 것 같다"며 "주력 산업 하강으로 고용 여력이 약화했고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서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지출은 확대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급여 사업비로 올해 예산보다 21% 늘어난 7조6197억원을 편성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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