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원·인민해방군병원 8년 연구끝 AI 진단시스템 개발
"90% 정확도 달성"…"AI, 의사 못 보는 환자 뇌 활동 추적"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에서 혼수상태(Coma)에 빠진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진단하는데 인공지능(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의사들로부터 절대로 깨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최소 7명의 코마 환자가 AI 진단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1년 이내에 의식을 회복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실제로 의식을 회복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19세의 한 환자는 왼쪽 관자놀이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6개월간 '무반응 각성 증후군'(unresponsive wakefulness syndrome) 상태에 빠졌다.
무반응 각성 증후군은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의학용어로 이전에는 통상 '식물인간 상태'로 불렸다.
중국 최고의 신경과 전문의들이 이 환자를 대상으로 4차례 걸친 진단을 했지만, 이 환자는 '코마 회복 평가'에서 23점 가운데 7점밖에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점수는 환자 가족이 생명 연장 장치를 뽑을 법적 권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매우 낮은 점수다.
하지만 이 환자는 AI 진단시스템을 이용해 진단한 결과 만점에 가까운 20점의 점수를 받았다.
결국, 그는 의식을 회복했다고 SCMP는 전했다.
41세의 여성 뇌졸중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들은 3개월간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이 여성의 의식 회복 잠재 점수로 6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AI 진단에서는 20.23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여성도 AI의 예측대로 의식을 회복했다.
이들 두 사람 이외에 신경과 전문의들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진단한 5명의 환자가 AI 진단시스템에 따라 뇌 스캔을 받은 뒤 AI의 예측대로 12개월 이내에 깨어났다.
하지만 AI 또한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SCMP는 강조했다.
뇌졸중으로 양측 뇌에 손상을 입은 36세의 남자는 의료진과 AI의 진단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의식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 AI 진단시스템은 중국과학원과 베이징의 중국인민해방군병원(중국인민해방군총의원·PLA General Hospital)이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예후 평가에서 90% 가까운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저널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진단을 받은 다수의 환자를 AI 시스템을 통해 회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뇌 손상, 뇌졸중 등으로 만성적인 의식 장애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 AI 진단시스템이 코마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치료 전략을 선택하거나 환자 가족들이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논문의 제1 저자로 참여한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의 쏭밍 박사는 "우리의 기계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AI 진단시스템이) 의사를 대신 할 수는 없다"면서 "그것은 단지 의사와 환자 가족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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