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임대사업자대출 활용 투기 LTV 적용으로 근절되나

입력 2018-09-09 06:01  

[대출규제] 임대사업자대출 활용 투기 LTV 적용으로 근절되나
대출한도 가계대출과 같아 이점 사라져…기존 대출 만기에 적용시 혼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정부가 임대사업자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 규제를 적용하면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이라는 '꼼수'로 대출을 받는 사례는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기존 임대사업자대출의 만기 때 LTV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시행되면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앞다퉈 보유 주택을 파는 등의 혼란도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검토 중인 임대사업자대출에 대한 LTV 적용 방안은 대출 시장에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똑같은 주택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가 40%로 적용받지만 임대사업자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돼 LTV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통상 은행은 임대사업자가 담보로 내놓은 주택에 대해 그 가치의 최대 70∼80%까지 대출을 해준다.
투기지역에 사는 개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가계대출을 받으면 주택가치의 40%까지 대출을 받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같은 주택을 담보로 기업대출을 받으면 대출 한도가 주택가치의 70∼80%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임대사업자대출이 투기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임대사업자대출에 LTV를 적용하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사라져 굳이 임대사업자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게 된다.



임대사업자대출이 투기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정부가 일조한 측면이 있다.
1월 31일 자로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임대사업자가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기업대출을 받을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업 감독규정 별표 6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 제7조에서 은행이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도록 규정했으나 1월 31일 개정 때 '임대용 주택 취득'의 경우는 예외로 인정했다.
지난달 새롭게 4곳이 추가되기 전까지 서울에서는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11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감독규정 개정으로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이들 투기지역에서 임대사업자대출을 받을 길이 열림에 따라 실제로 투기지역에서 임대사업자대출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집값의 80%까지 빌려줘 30억원 아파트는 무려 24억원의 대출이 나온다. 은행 대출 상담사가 중개업소를 끼고 한 업소당 20∼30건씩 임대사업자 대출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KBS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올 1∼8월 임대주택 등록자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은 42%가 집을 새로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였다.
기존 임대사업자대출의 만기 때 LTV를 적용해 초과분을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은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기존 대출자가 예기치 못하게 막대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대출로 운전자금을 대출받으면 대개 만기가 1년, 시설자금은 길어야 3∼5년이다. 기존 대출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임대사업자가 이에 대비해 대출 상환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임대사업자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보유 주택을 급매물로 내놓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에 LTV를 적용하는 안보다 기존 대출에 적용하는 안이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무조건 LTV 초과분을 갚으라고 하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존 대출에 LTV를 적용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초과분을 갚도록 하되 일정 기간을 두고 상환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사업자대출로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임대사업자대출은 주택보다는 오피스텔로 대출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은행에서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담보에 대해서 담보 인정을 많아야 50%까지 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사업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당장 부동산을 처분해 대출 상환금을 마련하기보다는 보증금을 올려 부족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무리해서 임대시장에 들어오려는 투자자들을 막아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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