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로 국경 넘는 영상 인터넷 확산…러 공습 재개된 반군 최후거점서 촬영
에르도안 대통령 "난민 더는 못 받아"…야당 대표 "러·미·이란에 실상 알리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시리아군이 반군 마지막 주요 거점 공격을 재개한 후 터키서 제2 난민사태 발생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인들이 터키가 세운 콘크리트 국경장벽을 타 넘는 모습이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퍼졌다고 IHA통신 등 터키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포된 영상에는 아랍어를 쓰는 시리아인들이 가방을 메고 콘크리트 장벽에 세운 사다리를 넘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사다리를 오르는 난민 중에는 건장한 성인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이들도 눈에 띈다.
이 장벽은 2015년 난민 대량 유입 후 터키가 국경을 통제하고자 건설했다.
그러나 터키·시리아 국경은 900㎞가 넘어 장벽이 있어도 이처럼 사다리를 세우거나 굴을 파서 넘으려고 한다면 완벽하게 차단하기가 힘들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터키 남부 하타이주(州) 알트뇌쥐 구역 주변 국경으로 알려졌다.
하타이는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이들립주(州)와 가깝다.
최근 러시아·시리아군이 이들립에 공습과 포격을 재개했으며, 이들립 주변으로 시리아군 병력이 대폭 보강됐다.
공습 주변 지역에서는 피란 움직임도 시작됐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북쪽 터키 국경 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외신에도 포착됐다.
터키 사회는 시리아 정권과 러시아군의 이들립 군사작전으로 또다시 난민이 밀어닥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월담' 영상은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했다.
터키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한 터키 언론과 인터뷰에서 난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러시아, 미국, 이란에 이러한 심각성을 잘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이란 대통령과 3자 정상회의에서 "이미 터키 쪽으로 피란민 움직임이 시작됐다"면서 러시아·시리아군의 군사작전으로 이들립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350만명의 난민을 받았다. 더는 받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력 사용 중단을 제안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구동성으로 "테러조직을 척결해야 한다"며 반대해 휴전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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