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 ⑥힘빠진 한국경제…저성장 구조 고착화 우려

입력 2018-09-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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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⑥힘빠진 한국경제…저성장 구조 고착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전의 성장경로로 돌아가지 못하고 저성장의 덫에 빠졌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했지만, 반짝 회복에 그친 셈이다.
앞으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203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2007년 5%대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2%대, 2009년 0.7%로 떨어진 이후 2010년 6.5%를 급반등했지만 2011년 이후 2∼3%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V자형 회복으로 전세계에서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로 꼽혔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충격이 집중되자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안전판을 만들고 기준금리를 5.25%에서 빠르게 내리는 한편, 28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통해 긴급대응에 나선 게 주효했다.
하지만 이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대외여건이 어려워지자 경제성장률이 2011년 3.7%, 2012년 2.3%로 내려앉으면서 빛을 잃었다.
이후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 확대에 집중했지만, 전 세계적 저금리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부작용이 생겼다.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 빚은 올해 상반기 1천50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에는 3.1% 성장하면서 2014년 3.3% 이후 3년 만에 3% 성장궤도로 복귀했지만, 올해에는 다시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와 2.8%로 각각 0.1%포인트씩 낮춰잡았다.



최근 고용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월평균 30만명을 넘었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머물렀고, 특히 7월에는 5천명에 그쳤다.
소득분배지표도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구조개혁 등에서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해 경제적 불균형이 커진 데다, 새로운 성장엔진도 키워내지 못한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06∼2010년 3.8%, 2011∼2014년 3.4%에서 2015년에는 3.0∼3.2%로 낮춰잡았고, 최근에는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들어 내놓은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대 초반으로 2030년대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와 서비스부문에서 뒤떨어지는 생산성, 노동시장 왜곡과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사회보장제도 확대,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IMF는 지적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203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국가통계발전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잠재력 후퇴, 빠른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1.2%, 2030년대에는 평균 -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급락해 뭘 해도 안되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됐다"면서 "특히 지난 정부에서 건설업이나 자영업 등을 통해 인위적 경기부양정책 펼치면서 현재 고용 등에서 조정압력이 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풀린 돈이 생산이나 투자에 쓰이기보다는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한국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면서 "돈을 많이 풀었는데 효율적으로 쓰였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연됐던 구조개혁에 나서고, 자원배분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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