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영화제서 영화인 200명 집회…"시위보다 작품을 말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화계에서 성 평등 목소리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성 영화감독·배우·운동가 200여 명은 8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행사장 앞에 모여 영화계의 성차별을 극복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도 케이트 블란쳇과 제인 폰더 등 유명 여성 배우와 감독, 영화제 심사위원, 제작자 등 82명은 영화계의 성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추운 날씨에도 이날 아침부터 "그녀의 길을 함께 하는 집회"(Share Her Journey Rally)에 2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남녀 동일임금과 여성 주도적 시나리오·배역 확대를 주장했다.
미디어 성 평등 협회 대표이자 '델마와 루이스' 주연배우인 지나 데이비스는 참가자들을 향해 "성적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 각 분야를 생각해 볼 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영화계"라고 말했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 성적 균형을 맞춘다면, 작품의 개봉과 함께 즉각적으로 성차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영화와 프로그램에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아이들에게 (영상매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성차별을 학습하게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USC 아넨버그 언론대학원의 스테이시 스미스는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흥행에 성공한 흑인 여성감독의 작품은 4편, 아시아계 여성감독 작품 2편, 라틴계 여성감독 작품은 겨우 1편에 그친다고 말했다.
토론토영화제 상영작 "손이 닿는 곳"(Where Hands Touch)의 감독 아마 아산테는 "내 동료 여성 영화인들이 성 평등 운동보다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서만 말해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 영화감독 겸 배우인 난디타 다스도 "나는 '여성' 감독이라는 꼬리표에 항상 화가 나곤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며 "나는 여성감독이며,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에 앞서 토론토영화제의 공동주최자 캐머런 베일리는 2020년까지 영화제 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에서의 성 평등을 약속했다.
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여성 감독은 136명이며 이들의 출품작은 전체의 35%로 지난해보다 약간 더 늘어났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영화계의 성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프랑스의 영화 지원정책 담당기관인 국립영화센터(CNC)는 지난 5월 영화 분야 감시기구 신설을 포함하는 성 평등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CNC 측은 고용조건과 급여 등의 '성별 통계'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내기로 했으며, 영화제 심사위원들과 각 조직 구성 때 성 평등도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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