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우디 배후 주장…서방언론 "이란 개입에 분노 폭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주재하는 이란 총영사관이 방화로 불에 타면서 배후를 둘러싼 관련국의 여론전이 치열하다.
바스라에선 최근 한 주간 물, 전기 부족과 실업에 항의하는 이른바 '민생고 시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7일(현지시간) 밤 시위대 수백명이 이란 총영사관에 몰려가 불을 질렀다.
이에 대해 이란 측에선 배후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다.
이란과 적대적 관계인 이들 국가의 정보 조직이 민생고 시위를 틈타 이란과 이라크의 관계를 악화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공작을 꾸몄다는 것이다.
마침 지난달 대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한 미국은 이란에 시리아, 이라크 등 주변 국가에 대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터다.
이라크 주재 이란 대사는 8일 "미국과 일부 아랍국가(사우디)와 연관된 조직이 시위대에 침투했다"며 "이란과 이라크의 좋은 관계를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만수르 하기가트푸르 이란 의회 의장 보좌관도 "이란 총영사관 방화는 매우 수상하다"며 "최근에 이란이 이라크에 피해를 주려고 일부러 전력 수출을 중단했다든지, 이라크로 성지순례를 간 이란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가짜 뉴스가 횡행한 뒤 방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과 이라크의 우호를 해하려는 (미국과 사우디와 연관된) 공개적 또는 은밀한 외부 조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위대의 표적이 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도 9일 트위터를 통해 "바스라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파괴적인 공작에 대한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며 "미국은 이라크 차기 정부가 그들의 뜻대로 구성되지 않으면 바스라를 불태운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방과 사우디, 이스라엘의 언론은 이란 총영사관 방화에 매우 주목하면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서방의 주요 외신은 바스라의 시위대가 이란의 이라크 개입에 분노해 이란 총영사관에 불을 질렀다면서 "이란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런 시각은 2015년 1월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 공관이 이란 시위대에 공격받아 불에 탔을 때와 다르다. 당시엔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은 국제 협약에 위반되는 일이라면서 이란 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미온적인 후속 조치를 비판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는 8일 "시위대는 이란 국기와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에 불을 지르며 이란의 내정 간섭과, 이란에 끌려다니는 무능하고 부패한 이라크 정치권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바스라 사무소도 시위대가 공격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9일 "바스라 시내 한가운데에 8일 시신 4구가 버려졌다"며 "시위에 참가했던 이들은 이란에 반대하는 정파 소속으로 밝혀졌고, 이란이 이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란은 이라크의 주요 유전과 원유 수출항이 있는 바스라에서 폭력사태를 조장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기 원한다"며 "그래야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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