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태평양 도서국 놓고 치열한 '외교전쟁'

입력 2018-09-10 11:36  

미·중, 태평양 도서국 놓고 치열한 '외교전쟁'
대규모 원조·외교관계 강화 등으로 지지 확보 나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인 태평양 도서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에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신 참석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회의 불참을 기회 삼아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평양 도서국의 총인구는 230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일본, 인도, 호주와 연대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태평양 도서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태평양 도서국은 지리적으로도 하와이, 미드웨이제도 등 태평양 내 미 해군 핵심 기지와 가까워, 중국이 이곳에 군사기지를 설치할 경우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에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11개국 가운데 6개국이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는 태평양 도서국을 포섭하는 일이 중요한 외교적 과제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2016년 취임한 후 중국은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등 5개국을 끌어안는 데 성공해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뿐이다.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을 포섭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2011년 이후 중국이 이들 국가에 지원한 원조와 차관 규모는 총 13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보다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지원 규모가 큰 국가는 인근 국가인 호주뿐이다.
중국의 외교 공세에 놀란 미국 등 서방국가도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지원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라이언 징키 미국 내무장관은 지난주 나우루에서 16개 태평양 도서국 대표들과 만나 통가, 피지, 파푸아뉴기니를 위한 군사 지원에 700만 달러를 지출하고, 매년 다국적 합동훈련에 75만 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도 태평양 도서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 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등은 이들 국가에 파견한 외교관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확대할 방침이며, 프랑스는 내년에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과 정상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미국은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맞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한층 강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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