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영국의 한 남성 성범죄자가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며 여성 교도소로 옮겨간 뒤 수감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오랜 기간 성범죄를 저질러왔던 카렌 화이트(52)가 남성 교도소에서 여성 교도소로 이감된 뒤 수감자들을 상대로 4건의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한 화이트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 웨스트요크셔 주 웨이크필드 인근의 뉴홀교도소로 이송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여성 동료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타임스는 화이트가 자신의 성을 여성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주변의 진술을 전하며 '가짜 성전환자'(transfaker)라는 표현을 썼다.
'스티븐 우드'에 이어 '데이비드 톰슨'이라는 남성 이름을 썼던 화이트는 교도소 수감전 여장을 하고 공연을 하는 '드래그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트랜스젠더인 한 지인은 "화이트는 가발을 쓰고 여성 의류를 입는 것 말고는 아무런 (성전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성전환자라기보단 의상도착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지난 2003년 여성을 강간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보다 앞선 2001년엔 2건의 아동 성추행으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당국이 화이트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고 다수의 강간과 추행을 저질러 구금된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여성 교도소로 이송을 허락한 데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영국 법무부는 화이트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트랜스젠더의 교도소 이송 요청은 기존의 범죄 기록을 점검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했지만 이번엔 이 같은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별 변경절차를 간소화하는 영국의 성승인법(Gender Recognition Act) 개정이 화이트의 사례에서처럼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각심을 요구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성별을 바꾸려면 일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 영국 정부는 최대 5년까지 걸리는 이 과정을 간단하게 바꾸기 위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사법정의를 위한 시민단체 '하워드 리그 포 패널 리폼'의 프란시스 크룩 대표는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성전환을 원하면서 성기 수술이나 호르몬 투입은 하지 않은 남성들이 여성 수용소에 수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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