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진앙 피해 흔적 여전…금 간 집에서 마음 졸이며 생활
무너진 담 복구 대신 철제 펜스…시 "2년 전 명확한 보상규정 없어"
(경주=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진으로 곳곳에 금이 난 집에 살고 있어도 2년 동안 수리비 한 푼 지원받지 못했다."
11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 41가구 69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65세 이상 노인이 주민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왕복 2차로 도로에는 간간이 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갔다. 하지만 동네를 오가는 주민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이 조용한 이곳은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 강진 진앙으로 당시 담이 무너지고 집 벽에 금이 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까닭에 마을에 지진 피해 흔적은 남아있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네 곳곳을 둘러보니 여전히 균열이 난 담이나 집 벽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진으로 담 10여m가 무너졌지만, 벽돌로 완전히 복구하는 대신 철제 펜스로 끊어진 공간을 이어놓은 곳도 있었다.
게다가 "지진 피해 지원금을 받지 못해 집을 보수할 수 없었다"며 곳곳에 금이 간 공간에서 마음을 졸이며 생활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날 만난 이모(85) 할아버지 부부는 2년 전 집 안에 있다가 지진 피해를 봤다. 당시 '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집 전체가 흔들리고 선반 위에 있던 책 등 물건이 바닥에 쏟아졌다고 한다. 집안 화장실 벽면 타일 일부도 떨어졌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할아버지 집은 당시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한다.
현관문 바로 옆 바닥과 주택 외벽 끝이 맞닿아 있는 곳에는 할아버지 손가락 일부가 쑥 들어가는 크기의 금이 기다랗게 나 있었다. 집 뒤쪽 벽면과 담 등에서도 크고 작은 균열이 보였다. 실내 화장실 벽면 타일은 피해가 난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이 할아버지는 "지진 발생 후 자원봉사자, 시청·면사무소 직원 등이 다녀갔지만, 지금껏 수리비를 지원받은 적은 없다"며 "늙은이 2명이 직접 시청을 찾아 상황을 알아볼 형편도 안돼 조금씩 고쳐가며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멘트 10포대를 구매해 부서진 곳에 직접 발랐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 부부 외에도 지진 피해에 따른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민은 다수 있었다.
왕복 2차로 도로 인근에 있는 주택 마당에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햇볕에 말리고 있던 한 할머니(81)는 "지진으로 기와가 처져 물이 새는 등 피해를 봤다"며 "시청 등에서 하루가 멀다고 피해조사를 나왔지만 보상금은 구경도 못 했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또 다른 할머니는 "지금 와서 뭐하러 지진 피해를 묻느냐"며 "지금껏 피해 정도를 물어보는 사람만 있었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내남면 부지 1·2리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은 곳은 모두 7가구다. 전파(900만원)나 반파(450만원)가 아닌 작은 피해로 결론 나 가구당 100만원씩을 받았다.
읍·면·동에서 1차 피해조사를 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한 차례 거른 뒤 시 건축과에서 재조사를 벌여 지원 대상을 확정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2년 전에는 명확한 지진 피해 보상규정이 없어 직원들이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조사한 직원 시각에 따라 피해 정도를 다르게 볼 수 있어 보상에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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