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2년] ③ 관광산업 회복세 뚜렷…수학여행단은 아직 외면

입력 2018-09-11 07:11  

[경주지진 2년] ③ 관광산업 회복세 뚜렷…수학여행단은 아직 외면
2016년 이후 관광객은 계속 늘어…올해는 작년보다 30만명 증가
불황 모르던 '수학여행 1번지' 3년째 된서리…종사자 속속 떠나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난 이후 한동안 경주 관광산업은 불황을 겪었으나 2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5년 1천136만9천482명에서 지진이 난 2016년 1천95만1천227명으로 40만명 줄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천261만8천344명으로 지진이 난 2016년보다 166만명 이상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849만6천580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만명 늘었다.
경주시 관광기획팀 관계자는 "지진이 난 해보다는 훨씬 많은 인원이 올해 경주를 찾고 있어 관광객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여름 성수기에는 경주 보문단지 호텔이나 콘도, 펜션 등 숙박업소에는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경주시와 경북관광공사에 따르면 휴가 절정기인 8월 4∼5일에만 경주에는 52만명의 피서객이 다녀갔다.
불국사·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는 10만명이 방문했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8천명이 찾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학생 수학여행단은 늘지 않고 있다.
경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여행 1번지'였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16년 지진으로 경주를 찾는 수학여행단 발길은 뚝 끊겼다.
불국사 인근에 있는 숙박단지에는 수학여행단을 전문으로 받는 유스호스텔 27곳이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불국사 인근 유스호스텔 업주로 구성된 불국사숙박협회 회원은 27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연간 100만명에 이르는 초·중·고 수학여행단이 몰려와 숙박할 때만 해도 불황을 모르던 곳이었다.
하지만 강진이 나고 한 달간 숙박단지에는 전국 430개 학교에서 예약 취소 전화가 걸려 왔다. 취소 인원만 4만7천500여명으로 숙박단지 전체가 40억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런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아 지난해 봄에는 전국에서 학교 30곳만 경주를 찾았다.
올해 봄에는 그보다 조금 늘어 40곳이 수학여행을 왔다.
숙박업소 한 곳당 한두 개 학교를 받은 셈이다.
그러는 사이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600여명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한 숙박업소 사장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많을 때는 25명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3명 정도 고용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영양사 등을 빼고는 다 내보냈고 청소도 직접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계속 적자에 시달리니 회원들 대부분 빚을 내서 생활하고 있다"며 "일부 숙박업소는 경매에 넘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전국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 측이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지정해 신청하면 시설, 소방·위생 등 안전점검을 한 뒤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안심서비스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번 발길이 끊긴 수학여행단을 다시 유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숙박업소는 지진이 났을 때는 여행 자제를 권고하던 각 교육청이나 정부가 지진이 안정화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데에 불만을 나타냈다.
지진이 더 자주 나는 나라는 찾으면서도 경주는 찾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윤선길 경주 불국사숙박협회장은 "대만이나 일본에는 그렇게 지진이 자주 나도 여행을 잘만 가는데 경주에는 지진이 이미 안정화됐음에도 찾지 않아 속이 터질 지경이다"며 "정부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전국으로 뛰어다니거나 중국으로 가서 수학여행단을 모집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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