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발견된 유해용 前수석재판연구관 사무실 대상 영장
법원 "죄 안되고 재판본질 침해 우려"…검찰 "영장판사가 유무죄 판단"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 전관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세 번째로 기각됐다.
법원은 대법원 판결문 초고 등이 포함된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인 반면, 검찰은 재판과 관련해서는 불법이 있더라도 수사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대법원 재판 기밀자료를 무단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차관급)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1개 자료를 제외하고는 이날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유 전 수석연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유 전 연구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 당시 해당 재판을 진행 중이던 대법원에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 전 연구관이 법원에서 퇴직할 때 다른 상고심 사건에 대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수백 건을 가지고 나온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김현석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현 수석연구관)이 법원행정처로부터 해당 문건을 건네받은 뒤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직원 입회하에 김 수석연구관이 전달했다는 통진당 소송 관련 사건 자료만 압수수색을 허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자료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특정 사건번호로 검색해 나온 문건만 압수하도록 범위를 제한했다.
박 부장판사는 대법원 기밀자료가 불법 반출됐다는 검찰의 압수수색 사유에 대해서는 "대법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유 전 연구관이 반출·소지한 자료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해 취득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유도 제시했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확정도 되기 전인 압수수색 단계에서 어떠한 죄도 안된다고 단정하는 영장판사의 판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문건 불법 반출을 공무상비밀누설뿐 아니라 공공기록물관리법·형사사법절차촉진법·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실정법에 저촉되는 심각한 위법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은 통진당 관련 소송 문건을 작성하는 등 유 전 연구관이 연루된 혐의의 핵심 범행주체인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대법원 문건이 불법으로 반출돼 재판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된 상황에서 법원이 순환논리로 수사를 무조건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불법반출 문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 유 변호사를 고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절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 자료를 보강해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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