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자문단 성명…2주 넘게 침묵하는 '교황의 입'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한 교황청 고위층들이 전 미국 추기경의 성 학대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교황청이 해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교황의 추기경 자문단이 밝혔다.
자문단은 성명을 통해 성학대 추문과 관련해 교황에게 '전적인 연대'를 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
이번 주 교황을 면담할 예정인 자문단은 "교황청은 잠재적이고도 필수적인 해명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의 해명 대상은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출신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 등 사제들이 성학대를 저지른 사실을 교황이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한을 지난달 26일 가톨릭 보수 매체에 보내는 방식으로 폭로했다.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를 지낸 매캐릭 전 추기경은 50여 년 전 10대 소년과 낮은 직급의 사제 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를 미국 가톨릭교회로부터 받은 뒤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7월 말 사직서를 냈고, 교황은 이를 수리했다.
특히 비가노 대주교가 서한을 공개한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이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비가노 대주교는 이 서한에서 24명이 넘는 교황청과 미국의 전·현직 인사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매캐릭 전 추기경 사건을 은폐한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9년 또는 2010년에 매캐릭 추기경에 내린 징계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래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이러한 성학대 추문을 이미 2000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또 다른 서한이 가톨릭뉴스서비스(CNS)에 의해 지난 8일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 교구 성직자들이 무려 70년에 걸쳐 300명의 성직자가 1천명의 아동을 성적으로 가해한 사실에 대한 검찰 보고서가 나오는가 하면 지난 5∼6월에는 호주, 칠레에서 주교들이 성학대 은폐에 책임을 지고 징역형을 받거나 사직서를 내는 등 일련의 성추문 사건들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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