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6년 전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미영사관 피습에서 살아남은 한 보안요원이 벵가지 사건에 음모설을 거론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그의 목을 조르고 싶다'며 극도의 분노를 나타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벵가지 피습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계약 하에 리비아 내 미국 시설 보안을 맡고 있던 크리스 파론토는 지난 9일 폭스 뉴스에 나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함께 신체적 위협을 거론해 오바마 전 대통령 경호진을 긴장시켰다.
2012년 9월 12일 리비아 내 이슬람 과격세력들이 벵가지 주재 영사관을 비롯한 미국 시설을 공격해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와 2명의 보안요원, 국무부 직원 등 4명이 숨졌다.
벵가지 사건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의 최대 오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맹비난을 받았다. 공화당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할 '호재'이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공화당 공격에 나서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주 '공화당이 벵가지 사건을 둘러싼 조잡한 음모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모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벵가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당시 보안요원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벵가지 피습 당시 CIA 부속건물을 방어하면서 20여 명을 구해낸 것으로 알려진 보안요원 파론토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영사관을 방어하다 숨진 동료 요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그의 목을 조르고 싶다'고 격앙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호진을 긴장시킬만한 발언이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 육군 특수전 요원인 레인저 출신의 파론토는 오바마의 발언이 '자신 내부의 증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화면 속의 그(오바마)를 붙잡아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경호원 없이 그를 내 앞에 앉혀 놓고 싶었다"고 흥분했다.
이에 폭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전직 대통령이다. 용어에 신중하라"고 당부했으나 파론토는 "알고 있다. 그러나 면전에서 내 동료가 죽어가는 상황이라면 못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6월 벵가지 공격의 주모자인 아메드 아부 하탈라가 미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된 후 2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당시 영사관 공격의 원인이나 배후, 미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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