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서 주장…"핵무기 이용한 北 남한 공격 가능성에 백지화"
"北5차 핵실험 뒤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검토 지시…사이버 공격도 거론"
"美정보당국 '北핵무기 85% 제거 가능'…펜타곤 '지상군 투입이 유일한 길'"
"클래퍼 '평양에 이익대표부 설치' 주장…오바마 '북핵불용' 강경론 고수"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지난 2016년 9월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타격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 초기 북미 관계가 급랭한 분위기 속에서 대북 군사옵션이 공론화됐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그 이전 부터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 방안이 깊숙이 검토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같은 내용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저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11일(현지시간) 출간한 화제의 신간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에 실렸다.
488쪽 분량의 이 책은 우드워드가 트럼프 행정부 관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을 심층 인터뷰해 쓴 것으로, 백악관 내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출간 전부터 파장을 일으켰다.
책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9월9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전해 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핵 실험 나흘 전,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시험 발사한 터였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기 말을 맞아 후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줄 준비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북한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SAP)'들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첫째,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작전과 둘째,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셋째로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이 포함돼 있다.
첫번째 작전은 오바마 취임 첫해부터 시작됐으나 성공률이 혼재돼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우드워드는 "정부 관리들은 이 작전들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병행한 예방적 대북 군사 공격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오바마 이전 정부, 즉 빌 클린턴과 조지 W.부시 정부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결국 풀지 못한 채 북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계속 괴롭히는 문제가 됐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책에는 실제 미 정보당국이 대북 선제 공격 가능성과 그 효과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고하는 과정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보계의 대가'(granddaddy)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강력히 경고하자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한달간의 조사 끝에 국방부와 미국 정보기관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단 한발의 핵무기만 남한에 떨어져도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특히 당시 국방부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정확히 찾아내 완전히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상군 침투라고 보고했으나, 이 경우 핵무기를 이용한 북한의 반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지적했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전쟁은 인간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던 오바마는 결국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대북 선제타격 안을 백지화했다.
우드워드는 2014년 11월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았던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군사 옵션을 대신해 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여긴 클래퍼 국장은 당시 방북에서 북한 관리들과 대화하면서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모호성'이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억지수단이 되는데, 북한이 무슨 이유로 이를 포기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클래퍼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내거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또 북한이 한국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우드워드는 "클래퍼 국장의 2014년 방북 당시 북한 관리들이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주제가 하나 있었다"며 "클래퍼 국장은 '미국에게 영원한 적수란 없다. 일본, 독일과도 과거 전쟁을 했으나 지금은 친구'라고 북한에 말했다"고 소개했다.
클래퍼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과 접촉하기 위한 비공식 채널로서 평양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기를 원했다.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동시에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긴 것이라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퍼 국장의 주장은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와 같이, 아무도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 강경파였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해 미 정보당국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지적했다. 클래퍼 국장은 김정은이 무엇 때문에 핵 추구에 나서는지, 즉 그의 '발화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우드워드는 또 오바마 정부가 대북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논의했지만 북한의 서버가 중국에 있어 이를 공격하면 중국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재앙적인 사이버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 대선 이틀 뒤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서 만난 일화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분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훨씬 넘긴 1시간여 동안이나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반도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당신에게도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스태프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 문제가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 정보당국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열을 올린 부분도 책에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언론 만평 등에서 불안정한 미치광이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그의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더 북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 효과적인 지도자로 판단했다. 김정일은 핵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들을 처형했지만 김정은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신념으로 실패를 용납하고 핵 기술을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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