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청구액 1천271억원의 약 절반…"징수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최근 5년간 건강보험공단이 청구한 구상금 중에서 절반가량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재정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징수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교통사고나 폭행, 의료사고 등으로 발생한 피해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1천271억1천100만원을 의료기관에 먼저 지급하고 가해자들에게 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이 중 51.1%인 649억6천400만원만 받아낸 것으로 집계됐다. 48.9%인 621억4천700만원은 거둬들이지 못했다.
연도별로 청구한 구상금액을 보면 2013년 199억3천600원, 2014년 223억4천600만원, 2015년 314억7천400만원, 2016년 300억9천400만원, 2017년 232억6천100만원 등이었다.
징수금액은 2013년 165억8천900만원, 2014년 170억6천100만원, 2015년 139억700만원, 2016년 118억2천700만원, 2017년 55억8천만원 등이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청구한 구상금액에 견줘 거둬들인 징수금액은 24%에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58조에 따라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거기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제3자 행위는 '폭행'으로, 폭행이 발생해 피해자가 치료받았을 경우 우선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건보공단이 나중에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이를 근거로 건보공단은 지난 8월 7일 고(故) 백남기 농민이 숨지기까지 들어간 의료비 2억6천300만원을 납부기한(8월 31일)까지 내놓으라고 국가와 경찰 관계자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청구대상에는 국가를 대신해서 법무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살수차 운용요원 등 전·현직 경찰관 5명이 포함됐다.
건보공단은 국가와 경찰 관계자 5명이 연대 보상하지 않으면 조만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건보공단은 국가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 때문에 백 농민이 치료받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공단은 백 농민에게 직접 물대포를 쏜 것을 '제3자 행위'로 봤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 심리로 진행된 판결에서 백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 살수한 경찰 2명과 현장지휘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한 게 이렇게 판단한 근거가 됐다.
백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수술을 받은 백 농민은 연명치료를 받다 이듬해 9월 25일 숨졌다.
최근 경찰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백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숨진 사실을 재확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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