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쏘아 올린 '신호탄'…농민수당 확대 논의 점화

입력 2018-09-12 08:31  

해남에서 쏘아 올린 '신호탄'…농민수당 확대 논의 점화
농민수당 확산 추세…농민단체·민중당 "연 240만원, 전면확대해야!"
전남도 예산 부담, 형평성 논란 우려에 소극적…기본소득제에 더 관심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해남군이 내년부터 군내 전 농가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주기로 하면서 농민수당 확대 논의에 불이 붙었다.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농민수당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지만, 재정 부담이나 형평성 등 지방자치단체를 고민하게 하는 과제도 적지 않다.
12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해남군은 내년부터 1년 이상 해남군에 주소를 두고 실경작하는 농가에 연 60만원을 상·하반기로 나눠 지역 상품권으로 준다.
'농민수당'이라는 명칭으로 전체 농가에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취지의 지원은 강진에서 시작됐다.
강진군은 올해부터 논밭 면적을 합해 1천㎡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에 '논밭 경영안정 자금' 70만원을 지급했다.
35만원은 현금으로 통장에 입금되며 35만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연간 예산은 해남 90억원, 강진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성, 함평, 장흥 등 기초단체도 농민수당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유행처럼 확산한 농업인 월급제를 보다 적극적인 지원 형태인 농민수당이 대체해가는 형국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가을걷이 뒤 농업인이 받을 벼 수매대금 일부를 선금 형식으로 주는 것이다.
여수, 순천, 나주 등 전남 8개 기초단체가 시행하고 있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지역에 따라 최대 100만∼200만원에 대한 이자만 면제받는 셈이어서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
농민단체, 민중당은 농민수당의 전면 확대를 요구한다.



농가당 기초·광역단체가 10만원씩 매월 20만원, 연 240만원 지급을 목표로 도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중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1천800억원이면 전남 전체 농가에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물가상승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쌀값, 수입 개방에 희생당하고 앞으로 공익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농민을 위해 지급할 수 있는 액수"라고 주장했다.
모든 도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 소득제 도입을 추진하는 경기도 사례에 견주면 농민수당에 필요한 예산 마련은 의지의 문제라고 농민단체는 규정했다.
전남도는 예산뿐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전남도는 김영록 전남지사가 공약한 '전남형 기본소득제' 추진을 위해 연구 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농어민, 구직 중인 청년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 해소를 위해 어민, 청년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농민수당과 중복 또는 충돌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전남도는 기본소득제, 농민단체는 농민수당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포용적 성장의 핵심 요건"이라며 "제도 시행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가장 필요한 요소인 만큼 앞으로 도민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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