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주의 대치동' 봉선동 아파트값, 어디까지 오를까?

입력 2018-09-12 08:00   수정 2018-09-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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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주의 대치동' 봉선동 아파트값, 어디까지 오를까?
학군·교육열에 꾸준한 수요…광주 전체 아파트값 상승 부추겨
부동산업계 "오를 만큼 올랐지만 규제 안 먹힐 것"…"거품 끼였다" 경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봉선동에 들어가려면 최소 1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그러네요."
광주 남구 주월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강모(37·여) 씨는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같은 하늘 아래에 존재하는 다른 세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강씨 부부가 곧 초등학생이 될 자녀 교육을 위해 눈여겨본 인근 봉선동 30평형대 아파트는 올해 초부터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4억원대였던 이 아파트 거래가는 지금 9억원까지 뛰어올랐다.
강씨 부부는 두어 달 전만 해도 '광주에 어떻게 7억원짜리 30평형대 아파트가 있느냐'며 넋두리했지만, 이제 8억원 초반대 매물이 나오면 '이 집은 왜 이렇게 쌀까?'하는 궁금증이 들 지경에 이르렀다.
부부는 경제 여건을 고려해 봉선동과 연결된 동구 용산지구 새 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용산지구 새 아파트도 상승세에 올라타 매매 권리금을 뜻하는 '피'가 2억5천만원이나 붙었다는 상담 결과에 강씨 부부는 "광주 집값 정상이 아니에요"라며 한탄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신축 아파트가 주도한 광주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다.
1군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한 봉선동 한 신축 아파트의 65평형은 이날 한 인터넷 중개 사이트에서 17억3천만원을 호가했다.
중형부터 대형까지 평당 1천만원 정도에 분양한 가격이 2배 이상 치솟았는데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봉선동은 초·중·고 학군과 학원 인프라, 높은 교육열로 '광주의 대치동' 또는 '광주의 8학군'으로 불린다.
남양휴튼, 한국아델리움, 포스코더샵, 쌍용스윗닷홈, 제일풍경채 등 인기 높은 신축 아파트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재건축 기대 심리가 높은 주변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다.
부동산업계는 투기세력의 개입만으로는 현재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고, 꾸준한 거래와 실수요가 높은 가격대를 떠받든다고 풀이했다.
봉선동 아파트값 급등 여파는 광주지역 전반으로 확산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1억∼2억원가량 인상을 부추겼다.
부동산업계는 일련의 가격 흐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봉선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상태로 가면 광주에서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며 "집주인이 높은 가격을 부를 때 중개인들이 시장 조정자 역할을 해야 했는데 책임을 외면했다"고 자책했다.
부동산업계는 오를 만큼 오른 광주 아파트 가격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자세히 보면 상승세가 최근 들어 주춤한 상태"라며 "앞으로 2∼3개월 사이 아파트값이 지금 수준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분양 중인 아파트 거래가도 봉선동 아파트 상승세에 편승한 것"이라며 "더 오르지는 않겠지만 떨어질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앙과 지방 정부가 규제책을 마련하더라도 봉선동발 부동산 열기를 식히는 데는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봉선동 아파트 실제 소유자들은 대부분 은행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값을 완납한 부유층"이라며 "한 번 만들어진 가격 저지선이 좀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한 두건의 거래물량만 있어도 그대로 고착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분히 거품이 끼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한 선호학군과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고려해도 광주에서 평당 3천만원대 아파트는 '거품'이라는 경계의 시각이 많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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