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원 "대학입시 공정성·교사에 대한 신뢰 배신"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교사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명문대에 진학시키려고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딸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고 전 교무부장에게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 송주희 판사는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 재학 중인 딸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성남 모 사립고 전 교무부장 박모(53·여)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 딸이 대입 수시전형에 조작된 이 생활기록부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당시 이 학교 교장 김모(63)씨, 교감 이모(54)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각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와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를 배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2014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1∼2학년 학교생활기록부 나이스(NEIS) 프로그램에 임의로 접속해 총 14개 영역에서 딸을 평가한 글에 없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과장된 표현을 쓰는 방식으로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아리 지도교사 평가란에 '후손 환경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짐', '학교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등 담임과 동아리 지도교사가 작성한 내용에 허위사실을 덧붙여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무부장에게는 생활기록부 '읽기 권한'만 있는데, 박씨는 교육부 점검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쓰기 권한'을 부여받아 이런 짓을 저질렀다.
박씨의 범행은 딸의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에 자신이 적지 않은 내용이 적힌 것을 이상하게 여겨 학교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박씨 등 교사 3명은 파면 처분을 받았고, 박씨의 딸은 201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의 한 사립대 자연과학계열 서류 100% 전형에 합격했으나 대학 측이 생기부 조작 사실을 확인해 입학취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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