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서 비사 소개…"매우 비외교적" 외교적 결례 논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압박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비용을 내라고 다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11일(현지시간) 발매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백악관 안팎의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이러한 '비사'를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문 대통령과 수차례 가진 보안통화에서 한미FTA에 대해 비판적으로 몰아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년 하루 전인 올해 1월 19일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180억 달러의 무역 적자와 2만8천500명의 주한 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35억 달러를 묵과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180일 안에 FTA를 폐기하는 서한을 보내고 무역 관계를 파기하고 싶다. 당신네가 우리를 상대로 뜯어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당신들에게 순전히 공짜 돈을 줘왔다'며 무역과 안보 이슈를 분리하길 원하자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는 한데 얽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는 당신들(미국)과 함께 협력하고 싶다. 경제적 관계에 있어 일부 오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서로 이해에 도달하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적었다.
우드워드는 문 대통령의 어조에 대해 '달래는 투'였다고 책에 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배치 문제를 들어 '당신들은 사드 탄도요격 미사일 시스템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가 탄도요격미사일을 대체 왜 거기다 놔야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미FTA와 한국,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하찮게 여겼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좀처럼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격노를 드러낸 것은 '매우 비외교적'이었으며 관계를 날려버리기 직전이었다고 외교적 결례 논란을 제기했다.
이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적수인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북한보다 한국에 대해 더 노여움을 표현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고위 백악관 참모들과 국가안보팀은 기겁했고, 문 대통령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고 하기 전에 무언가 조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썼다.
이런 가운데 맥매스터 당시 보좌관은 같은 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NSC 회의를 소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관련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거대한 병력을 유지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이냐"며 돈과 병력에 또다시 집착하며 물었고 '왜 우리는 한국과 친구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의 발췌본 보도로 이미 소개된 대로 매티스 장관은 '3차 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한국은 가장 강력한 보루이며,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이익은 어마어마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고 했고 던퍼드 합참의장도 가세했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정보 역량과 부대가 없다면 "전쟁 리스크는 엄청 증가할 것이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어 수단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러한 자산 없이 전쟁한다면 남은 유일한 옵션은 핵 옵션"이라며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는 "같은 억지 효과를 달성할 수 없다"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 중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돈을 많이 잃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 돈을 쓰고 싶다"고 반박했고, 매티스 장관은 "전방에 주둔 된 병력은 우리의 안보 목적을 달성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을 제공한다. 철수한다면 우리의 동맹들이 우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고 우드워드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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