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특수학교 설립합의로 한방병원 건립 확정된 것 아냐"

입력 2018-09-12 12:00  

조희연 "특수학교 설립합의로 한방병원 건립 확정된 것 아냐"
'대가성 합의' 논란 공식해명…"주민 반대로 개교지연 우려했다"
'김성태에 미안·감사'는 설명 없어…장애학생 부모 "부적절했지만 취지 이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해온 국회의원·주민과 '대가성 합의'를 맺어 비판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번 합의로 학교 통폐합 부지에 한방병원 건립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장애학생 부모들도 "조 교육감이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에 안착하도록 선의로 합의를 맺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강서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합의'로 불거진 조 교육감과 장애학생 부모 간 갈등이 일주일여 만에 정리되는 모습이다.
조 교육감은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강서 특수학교 합의문을 둘러싼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장애학생 부모를 포함한 시민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서진학교가 지난달 착공했으나 공사와 개교가 지연될 가능성, 주민과 갈등으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타났다"면서 "개교 후 지역사회 안착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 합의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장애인 학부모단체에 공사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설명하고 공사현장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일 서진학교가 들어설 강서구 가양동이 지역구인 김성태(강서을)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특수학교 설립합의를 체결했다.
'김 의원과 비대위는 특수학교 설립에 협조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인근 학교 통폐합으로 부지가 생기면 지역 숙원사업인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으로 협조한다'는 것이 합의 골자였다.
합의 직후 학교와 한방병원을 주고받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학교 설립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 어떤 권한도 없는 국회의원과 합의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합의 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장애학생 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 대가를 줘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인식시켰다"고 반발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한방병원 부지협조'와 관련해 "주민·지역사회·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확정되어야 할 사안"이라면서 "한방병원 부지 무상제공이나 부지확정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용지 용도폐지·매각은 공유재산법이 정한 대로 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염강초·공진중·송정중을 통폐합해 마곡동(마곡지구)에 '마곡 제2중학교'(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3개교가 계획대로 통폐합되면 그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조 교육감은 합의문에 '대체부지 마련 등으로 특수학교 설립갈등 중재·조정에 노력한 김 의원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서진학교 설립 반대여론은 김 의원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학교설립 예정 부지에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하면서 더 거세졌다. 이에 갈등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중재·조정자'로 높여준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교육학부모협의회,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강서양천공동행동, '시민의 눈' 등 관련 단체는 이날 조 교육감 설명을 수용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지적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 단체들은 "여러 차례 면담과 해명으로 조 교육감 의지와 취지가 선의였음을 확인했다"면서 "이제 교육청과 갈등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취지나 의도를 뺀 나머지는 매우 아쉬웠다"면서 "한방병원 건립은 김 의원 공약일 뿐 지역사회 합의나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부지협조 합의로) 교육청이 공약을 돕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밝힌 것은 부당한 압력을 거부했어야 할 교육감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했다"면서 "특수학교를 짓는 것은 사회의 책무이지 시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이번 갈등이) 잘못된 점을 되짚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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