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최소화·자유로운 인재이동·투자승수·실패위험 분산 등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실리콘밸리에도 환경·토지사용 등 규제가 있지만 시장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기회를 방해받지는 않는다." (애널리 샌스니언 미국 UC버클리 교수)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의 지속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혁신성장의 모델로 '실리콘밸리형 혁신방정식'을 12일 제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 8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이날 내놓은 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 지금까지 60개나 배출됐다. 전 세계의 23%, 미국의 51%에 달하는 것이다.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른바 '혁신의 성적표'로 여겨진다.
보고서는 "이 지역의 특허등록 건수는 약 2만건으로 미국 전체의 13.5%를 차지하고, 미국 내 벤처캐피털 투자의 40%가량이 혁신 사업모델을 찾아 이곳에 몰리고 있다"면서 "정부의 큰 지원이나 간섭 없이 '시장 신호'만 따르는 혁신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의가 보고서에서 소개한 실리콘밸리형 혁신방정식은 크게 규제, 인재이동, 투자, 리스크 등으로 구분된다.
첫번째 혁신의 조건은 박용만 회장이 최근 정치권을 상대로 거듭 설파하고 있는 '규제 해소'다.
보고서는 "완화 수준이 아닌 '최소한의 규제'라야 신사업이 일어나고, 창의와 도전이 활발해진다"면서 미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해를 끼치지 않는(Do no harm) 규제 원칙'을 예로 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기술과 신사업에 대해서는 우선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하고, 시장이 커진 뒤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후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상의는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과 자유로운 경쟁을 제약하지 않는 게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라면서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을 보호하는 각종 사전 규제 때문에 혁신기업들이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도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데이터브릭스'를 창업한 이온 스토이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늘 회사를 관두고 내일 경쟁사에 취직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서 "근로자가 일정 기간 경쟁사로 이직할 수 없게 하는 규제는 이곳에서 합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플랫폼 회사인 '에버로'의 창업자 아짓 샨카는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회사는 채용 단계에서 근로자 친화적인 기업문화와 보상체계를 갖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근로자의 잠재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투자 승수 효과'와 '실패에 관대한 문화'도 실리콘밸리를 글로벌 혁신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스타트업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받기 쉬울뿐더러 투자자들을 통해 사업성장에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얻어 승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재기의 기회가 많은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업체 '수퍼 카본'을 세운 브래들리 몸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자와 커피 미팅만 잘하면 30분 만에 2만달러의 수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커다란 보상이나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아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려는 인재들이 많다"면서 "실패해도 뭔가에 도전했다는 경험 자체를 높이 사는 문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빠르게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실리콘밸리의 보편적 가치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태 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난 1년간 페이스북의 일자리가 43% 늘었고, 구글의 일자리도 19% 증가했다"면서 "사업 기회 보장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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