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추기경·주교들을 만나 사제 성추행 및 은폐의혹 조사 등 현안을 논의한다.
교황청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가톨릭주교회(USCCB)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과 미국 보스턴 대교구장이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오말리 추기경이 이끄는 대표단이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과 CNN방송 등이 전했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들 이외에 로스앤젤레스 대주교 호세 고메스 가톨릭주교회 부대표와 신부 브라이언 브래스필드 사무총장도 함께 만난다고 말했다.
교황과 미 사제 대표단의 만남은 지난달 18일 디나르도 추기경의 면담 요청으로 이뤄졌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교황에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88)의 성추행 및 은폐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을 비롯해 교황청 고위 관리들이 2000년 이후 진행된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및 은폐와 관련, 제기된 고발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면담은 2002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보스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 미국 가톨릭 지도자들을 만났던 전례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당시 매캐릭 전 추기경은 미 대표단을 이끌고 교황청을 찾아 대변인 역할을 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지난 7월 10대를 성추행했다는 믿을만한 고발이 제기된 이후 면직됐다.
이에 앞서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출신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지난달 26일 매캐릭 전 추기경 등 사제 수십 명이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을 교황이 알고도 은폐했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한을 가톨릭 보수 매체에 보내는 방식으로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에 대해 직접 해명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2주 사이 거의 매일 진행된 아침 미사 강론이 이번 사건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은 최소 2000년 이후 매캐릭 전 추기경이 신학대학생들을 미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해변 자택으로 초대해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에 불구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1년 그를 미 워싱턴 대주교와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교황은 과거의 동성애 행적은 단순한 실수이지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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