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어 문 닫을라" 대학가 수험생 모시기 '비상',
장학금 확대·모의면접·간식 이벤트 마련해 '러브콜'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도립대학은 전국에서 가장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 중 한 곳이다.
2015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해 한학기 등록금이 인문사회 계열은 82만1천원, 공학·예체능계열은 95만6천원이다.
800여명의 재학생 중 3분의 1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한 해 20억원 가까운 교내외 장학금이 지급돼 학비 부담 없이 공부하기 좋다. 지난해 취업률도 64.5%로 지방 전문대 중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 대학은 지난해 10개 학과 460명의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입 인구 절벽'에 부딪쳐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위기에 몰린 대학 측은 신입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학생 모시기'에 나섰다.
◇ 고3 교실 찾아 나선 총장들 "우리대학 좋아요"
이 대학 공병영 총장은 최근 충청권 고등학교를 돌면서 대학의 교육과정, 장학제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자가 많았던 고교 10곳을 선정해 집중공략하는 중이다. 29명의 교수들도 주변 고교 60여 곳을 나눠 맡아 입시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 총장은 "대학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위기에 놓였는데, 권위나 체면 따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며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 자율개선 대학에 선정된 점과 입학부터 취업까지 책임지는 '지역 인재 키움 프로젝트' 등을 앞세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김중수 총장도 지난달 22일 춘천 유봉여고와 지난 7일 춘천여고에서 잇따라 특강을 하고 대학의 복수전공 필수화를 비롯해 다양한 융합전공과 선진국형 스쿨제도 도입에 대해 설명했다.
2016년 취임 이후 도내 고교를 찾아 학생과 소통하고 있는 김 총장은 지난해 3개 고교를 방문한 뒤 이들 학교에서 전년보다 10여 명 많은 신입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신대는 1년 내내 교수들이 주변 고교를 찾아다니며 재능기부 특강을 통해 학교를 홍보한다. 또 대학 캠퍼스를 고교생 소풍 장소로 제공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 장학금은 기본, 모의면접 서비스 제공
김해 가야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1년간 200만원의 장학금 지급을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주변 고교를 찾아 여는 학과 설명회에서도 전국 4년제 대학 평균(63.9%)을 크게 웃도는 74.8%의 취업률과 20여 종의 장학제도, 해외연수 기회 등을 집중홍보하는 중이다.
부산의 와이즈유 영산대는 4년 전액 장학금과 학기별 100만원의 생활장학금 지급, 국내외 기업 인턴십 알선 등을 내걸고 마이스 분야 인재확보에 열을 쏟고 있다.
드론·로봇공학 관련 학과 내신 3등급 이내 신입생에게는 4년치 등록금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지난달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되면서 위기에 봉착한 광주 조선대는 '첫 단추 장학금'을 신설, 국립대 수준의 장학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학은 신입생 유치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강동완 총장 직위도 내년 2월까지 유지해 놓은 상태다.
대전 배재대는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해 '온라인 모의면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험생이 이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 등의 모의면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답변 장면을 녹화해 보내면 입학사정관이 개별지도해주는 서비스다.
경기 신한대도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입시설명회를 겸한 모의면접 서비스를 했다.
울산대는 홍보대사(재학생)들이 고교를 방문해 입시설명회를 열면서 면접실 출입문 노크부터 답변, 인사방법 등을 보여주는 면접 시연을 한다.
◇ "학생 관심 끌어라"…피자·커피도 '팡팡'
대구대는 최근 열흘간 대구·경북, 울산, 경남 거제 등 11개 지역의 커피숍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맞춤형 입시상담과 모의면접 컨설팅을 했다.
대학 관계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입학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커피숍 입학상담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상지대는 전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자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달 14일까지 상지대 페이스북 계정에 댓글로 신청하면 한 학급당 10판씩 20곳에 피자를 선물하는 행사다.
대학 측은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이 간식을 먹으며 웃을 수 있고, 학교 홍보도 할 수 있는 1석2조의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올해 입시생 가운데 2천명을 추첨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한신대는 홈페이지 내신성적 환산 프로그램에 접속한 학생을 추첨해 소속 학교에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학교는 작년에도 80개 고교에 간식을 제공하면서 나름대로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주 우석대는 신입생 전원에게 필리핀 해외어학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수험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자기소개서도 폐지했다.
대학들이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 모집이 시작된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유치에 실패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13년 63만명이던 고교 졸업자가 10년 뒤인 2023년 4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학생이 부족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한다는 얘기다.
충청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입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역전된 상황에서 신입생 확보는 대학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수도권 대학은 그나마 덜하지만, 지방대는 학생 확보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민 허광무 이강일 김도윤 박정현 장덕종 박영서 김준호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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